부실기업 바이오빌, 새 최대주주는 다세대주택 주소지의 페이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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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바이오빌, 새 최대주주는 다세대주택 주소지의 페이퍼컴퍼니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10.2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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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올해 CB·유상증자 1019억 규모에도 4년째 적자

[박철성의 주간증시] 올해 CB·유상증자 1019억 규모에도 4년째 적자

부실기업 바이오빌(065940)의 새로운 최대 주주가 다세대주택에 본점을 둔 페이퍼컴퍼니로 변경될 예정이다.

최근 바이오빌 주가는 비정상적 폭등 후 급락했다. 이대로 주저앉는 날엔 ‘개미지옥’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히 연결기준 4년째 적자인 바이오빌이 올해 발행한 CB(전환사채)와 유상증자는 1019억원 규모였다. 그런데도 운영자금이 부족해 늘 허덕였다.

결국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대출을 받았다. 천문학적 숫자의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언론 매체들은 바이오빌이 이번 유상증자 예정인 100억원의 수혈 자금도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빚잔치’를 한다는 얘기다.

▲ 한류뱅크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뒷골목의 다세대주택. <미디어캠프신원 제공>

지난 2013년 8월15일 ‘사업가 행세 기업사냥꾼 형제, 수십억 대 주가조작·횡령 덜미’라는 제하의 기사가 터졌다.

이 사건에 최근 바이오빌을 새 주인으로 맞은 오토트레이딩 A대표와 동생이 개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2017년 초 바이오빌의 최대 주주 변경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당시 폴루스1호조합을 결성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그는 PMI(인수합병 후 통합·관리) 과정에서 바이오사업부 총괄 이사에 올랐다. A씨는 현재 강호경 대표와 함께 바이오빌의 실제 경영을 주도해왔다. 바이오빌에 합류하기 전에는 L사, H사 등에서 재직했다.

최근 바이오빌 주가가 73% 폭등했다. 불과 4거래일 만이었다. 수상한 급등이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빌 측은 “유상증자 관련 공시가 나왔다”면서 “그게 아마 시장에 호재로 받아들여져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 22일 바이오빌에 ‘투자주의·투자 경고 종목 지정예고’를 했다.

그렇게 고공행진을 하던 바이오빌 그래프가 지난 23~26일에는 고개를 떨궜다. 지난 19일 고점기준 22%가 급락했다. 만약 추가적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곧장 ‘개미지옥’으로 직행한다는 게 전문가들 경고다.

바이오빌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견인됐고 급락이 연출됐다. 누군가가 시세를 조종한다는 지적이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바이오빌의 최근 주가 폭등을 주도했던 세력의 매수세는 지난달 3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의 고점까지 주가를 견인하는 동안 이들의 평균 매수가격은 2442원 언저리였다.

특히 이들 세력은 9월19일~10월18일 개인 창구를 통해 강한 순매수를 일으켰다. 이 기간 평균 매수가격은 2440원 부근이라는 분석 보고다.

▲ 바이오빌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주가조작꾼들 입장에서 바이오빌은 최고의 사냥감(?)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외면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그들만의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세력의 미차익실현 매물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점에 물렸더라도 반등 타이밍을 포착한다면 얼마든지 탈출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지적처럼 부실기업 바이오빌이 계속해 CB 발행과 유상증자를 해왔다는 것이다. ‘돈을 찍고, 또 찍어냈다’는 얘기다.

또한 바이오빌의 ‘메자닌 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잇달아 전환권을 행사하고 있다. 메자닌(Mezzanine)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한다. 즉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주가 상승장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 이득을 취할 수 있고 하락장이라도 채권이기 때문에 원금보장이 되는 데다 사채 행사가격 조정(리픽싱)에 따른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바이오빌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총 발행 주식수의 약 35%인 1135만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전환사채(CB) 차입금이 700억원 넘게 남아있는 만큼 전환권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줄줄이 사탕처럼 꼬리를 무는 전환권 행사에 주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바이오빌 관계자는 “회사는 사채의 상환보다 (주식으로) 전환 되도록 움직였다”면서 “유동성 자금 여유가 많아도 이걸 전부 상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바이오빌은 한류뱅크주식회사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12일 납입이 완료되면 바이오빌 최대 주주는 한류뱅크로 변경된다. 지분율은 13.02%(546만1496주).

또 바이오빌은 오는 12월11일 경상남도 양산 소재 바이오빌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류 IB’로 변경한다고 24일 밝혔다.

장시영(한류뱅크 대표) 외 4인을 신규 이사와 감사로 선임하는 의안도 상정했다. 임시주총을 통해 한류뱅크 측 신규 경영진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류뱅크는 급조됐다. 지난 15일 설립된 기업이었다. 본점 소재는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했다.

지난 27일 직접 확인에 나섰다. 한류뱅크는 뒷골목 6층짜리 다세대주택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구 좌측 우편함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했다. 주인을 기다리는 우편물들이 수북했다. 우체통 밖으로 삐져나온 우편물도 있었다. 그중 일부 우편물이 눈길을 끌었다. 한류뱅크와 같은 102호 우편물들이었다.

그런데 그곳으로 배송된 우편물엔 각기 다른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신인은 분명히 장시영 대표였는데 회사명이 한류뱅크뿐만이 아니었다. 한류로 시작되는 각기 다른 회사가 여럿이었다. 같은 주소를 사용하는 회사가 확인된 것만 한류뱅크를 포함해 모두 4곳이었다.

한류뱅크는 바이오빌에 자금 수혈을 하며 경영권을 취득하는 인수·합병(M&A) 구조를 택했다.

그렇다면 과연 다세대주택에 있는 페이퍼컴퍼니가 자기자본으로 100억원을 충당할 수 있을까? 계약대로 자금을 집행한다면 자금 출처가 어딜까? 많은 전문가가 공통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류뱅크 법인 등기사항을 확인한 회계사들은 변경사항 두 곳에 시선을 꽂았다.

C모 회계사는 “지난 15일이면 불과 2주일 전에 설립된 회사인데, 그 사이 회사 상호와 자본 금액이 변경된 것”이라면서 “물론 얼마든지 변경은 가능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등기사항에는 한류뱅크가 설립 2일 만에 회사명을 바꿨고, 지난 20일에는 자본금을 5억 원으로 변경했다고 명시돼 있다.

▲ 바이오빌 재무제표. 연결기준 4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지난 18일 언론 보도로는 “한류뱅크는 지난 15일 설립된 신생법인으로 장시영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면서 “자본금 규모는 1000만 원이고 엔터테인먼트, 인공지능(AI)솔루션 개발, 인터넷 상거래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기술했다.

그런 후 시장 안팎에선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회사가 100억원을 낼 수 있겠느냐?”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그러자 한류뱅크가 자본금을 5억원으로 증액, 변경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M&A가 불법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무자본 M&A가 발생했을 경우 큰 무리수가 따른다는 우려를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일명 ‘찍기’와 ‘꺾기’를 비롯해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등의 불법이 자행되고 결국 ‘거래정지’나 ‘상장폐지’로 생을 마감하는 상장사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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