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고 따뜻한 곳에 거처할 때와 춥고 배고픈 곳에 거처할 때”
상태바
“배부르고 따뜻한 곳에 거처할 때와 춥고 배고픈 곳에 거처할 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31 0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㉒

[한정주=역사평론가] 飽爛(포난)에 思淫慾(사음욕)하고 기한(飢寒)에 發道心(발도심)이니라.

(배부르고 따뜻한 곳에 거처하면 음탕한 욕망이 생각나고, 춥고 배고픈 곳에 거처하면 도리를 헤아리는 마음이 생겨난다.)

부귀와 여색은 온전한 삶을 해친다는 것이 『여씨춘추』가 전하고 있는 ‘양생의 가르침’이다. 부귀를 누리면서도 도리를 알지 못하면 반드시 파멸의 환란(患亂)을 겪게 된다. 빈천(貧賤)한 사람은 재물이 없기 때문에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이 할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귀한 사람은 밖에 나갈 때는 수레를 타고 문 안에서는 가마를 타면서 마음껏 편안함을 누리려고 한다. 이렇게 편안하게 살다보면 어떻게 온전한 삶을 해치게 될까.

『여씨춘추』에서는 이렇게 마음껏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초궐(招蹶)’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여기에서 ‘초궐(招蹶)’이란 각기병을 비롯한 온갖 다리 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부귀한 사람은 희귀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고 좋은 술을 마시면서 마음껏 음식을 즐기려고 한다. 이렇게 음식을 즐기다보면 어떻게 온전한 삶을 해치게 될까.

『여씨춘추』에서는 이렇게 마음껏 음식을 즐기는 것은 ‘난장(爛腸)’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여기에서 ‘난장(爛腸)’이란 위장을 비롯한 온갖 장기를 썩게 해 큰 병을 앓게 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부귀한 사람은 여색에 빠져서 마음껏 음탕한 욕망을 채우려고 하고 또한 음란한 음악에 정신이 팔려서 마음껏 쾌락과 환락을 누리려고 한다. 이렇게 쾌락과 환락을 누리면 어떻게 온전한 삶을 해치게 될까.

『여씨춘추』에서는 이렇게 마음껏 쾌락과 환락을 누리는 것은 ‘벌성(伐性)’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여기에서 ‘벌성(伐性)’이란 성명(性命) 곧 천성과 천명을 무너뜨려 온갖 음행을 일삼고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다가 끝내 육신은 망가지고 정신은 피폐해지는 폐인(廢人)의 신세를 모면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여씨춘추』는 이 세 가지 재앙과 해악은 부귀가 불러들인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옛 사람들 가운데에는 부귀한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생명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여씨춘추』의 가르침으로 본다면 부귀는 행운이자 행복이 아닌 불행이자 재앙이고 오히려 빈천은 불행이자 재앙이 아닌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빈천하면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아 검소한 음식에 검약한 생활을 하게 되므로 온전한 삶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