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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지혜도 짧아지고, 복이 오면 마음도 총명해진다”[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㉔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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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7  09: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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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 주사거배, 28,2×35.6㎝, 지본채색, <간송미술관 소장>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㉔

[한정주=역사평론가] 人貧智短(인빈지단)하고 福至心靈(복지심령)이니라.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도 짧아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도 총명해진다.)

옛 성현(聖賢)이 추구했던 이상적인 삶에 대해 사람들은 대개 ‘안빈낙도(安貧樂道)’, 즉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리를 즐거워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귀(富貴)하게 사는 것을 멀리 하고 빈천하게 사는 것을 달갑게 여겼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유가의 경전이나 제자백가서를 읽어보면 부귀와 빈천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중은 자신의 저서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서 “倉廩實則知禮節(창름실즉지예절) 衣食足而知榮辱(의식족이지영욕)”이라고 말했다. “창고에 물자가 가득 차야 사람들은 예절을 알고, 입을 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족해야 사람들은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맹자는 ‘빈천에 시달리다 보면 사람은 부귀에 눈이 어두워져서 마음을 해치게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빈천에 시달려서 부귀에 눈이 어두워지면 예절도 무시하고, 명예도 돌아보지 않고, 치욕도 꺼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사람은 사람의 도리를 내팽긴 채 짐승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이다.

또한 사마천은 『사기열전』 가운데 춘추시대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상공업으로 재물을 축적해 거부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다시 관중의 “창고에 물자가 가득 차야 사람들은 예절을 알고, 입을 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족해야 사람들은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 뜻을 이렇게 해석해 밝혔다.

“예절이란 재물이 있으면 생겨나지만 재물이 없으면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부유하면 자신의 덕(德)을 즐겁게 실천하지만 소인은 부유하면 자신의 능력에 알맞은 일을 한다. 연못이 깊어야 고기가 살 수 있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오갈 수 있고, 사람은 부유해야 인의(仁義)를 따르게 마련이다. 부자는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그 이름이 더욱 드러나지만 세력을 잃으면 그를 따라 모여든 빈객과 식객들은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부귀한 사람은 인의(仁義)를 따르기보다는 사치를 일삼고 교만을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빈천한 사람은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품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들에게 “貧而無怨難(빈이무원난) 富而無驕易(부위무교이)”, 즉 “가난한 사람이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고, 부유한 사람이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이 말은 가난하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아야 하고, 부유하다고 해도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공자는 부유한 사람이 교만하지 않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이 원망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맹자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을 말했다. 즉 의식주를 비롯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필요한 일정한 소득이 없게 되면 지속적으로 올바른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명심보감』의 경구대로 복이 이르면 사람의 마음도 총명해질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는 것 같다. 복이 찾아온 다음 사치스러워지고 교만해져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다 본래의 선(善)한 마음조차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명심보감』의 경구대로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도 짧아지게 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것 같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오랜 세월 가난에 시달리다 보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예도 돌아보지 않고 예절도 잃어버리고 치욕도 마다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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