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대접 잘해야 집 밖에서도 제대로 된 손님 대접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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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대접 잘해야 집 밖에서도 제대로 된 손님 대접 받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2.1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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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㉟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㉟

[한정주=역사평론가] 在家(재가)에 不會邀賓客(불회요빈객)이면 出外(출외)에 方知少主人(방지소주인)이니라.

(집에 있을 때 손님을 잘 대접할 줄 모르면 집 밖에 나갔을 때 비로소 나를 손님으로 대접해주는 주인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접빈객(接賓客)’, 즉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봉제사(奉祭祀)’, 곧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는 것과 함께 유학이 추구하는 수신제가(修身齊家)의 가치 중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유학에서 사람이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도리라고 말하는 오상(五常: 인의예지신) 중의 한 덕목인 ‘예(禮)’는 다른 사람에게 공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다른 사람에게 겸손하며, 다른 사람을 성실하게 대하는 마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다른 사람도 아니고-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어떻게 대접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이 ‘예’를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예’의 시작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방법을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매우 세부적으로 기록하고 집대성해 놓은 유학의 경전이 다름 아닌 『예기』이다.

먼저 『예기』에서 밝히고 있는 ‘손님을 접대하는 방법’부터 보자. 첫째, 손님과 더불어 집안으로 들어갈 때는 문이 나올 때마다 손님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사양한다. 둘째, 침실로 드나드는 문에 도착하면 손님에게 들어가기를 요청하고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정돈한 다음에 나가서 손님을 맞이한다. 셋째, 문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주인은 오른쪽으로 손님은 왼쪽으로 간다. 넷째, 계단을 오를 때는 주인이 먼저 오른 다음 손님이 따르게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손님을 접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음식 대접’이다. 『예기』에서도 “禮之初(예지초) 始諸飮食(시제음식)”, 즉 “예의 시초는 모든 음식에서 비롯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음식 대접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 경우 『논어』 <향당(鄕黨)> 편에 나오는 ‘공자의 음식 예절’을 참고해볼 수 있다.

첫째, 밥은 정결하고 회(膾)는 가늘게 썰어야 한다. 둘째, 맛이 변한 쉰밥이나 상한 생선과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빛깔과 냄새가 나쁜 밥과 생선과 고기 역시 먹지 않는다. 셋째, 제대로 익지 않았거나 제 때가 아닌 음식은 먹지 않는다. 넷째, 음식은 반듯하게 썰어서 가지런히 담아야 하고,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다섯째, 고기는 밥보다 많이 먹지 않고 술은 마음껏 마시되 정신이 흐려지거나 잃을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 여섯째, 집밖 주점에서 사온 술이나 시장에서 사온 육포(肉脯)는 먹지 않는다. 일곱째, 생강처럼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나는 음식은 먹되 많이 먹지 않는다. 여덟째, 식사를 할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홉째, 식사하는 좌석이 바르지 않으면 앉지 않는다.

손님에 대한 음식 대접 또는 식사 예절은 아마도 공자의 음식 예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예기』에서는 손님을 접대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의 집에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 어떻게 예를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손님이 처음 들어올 때 주인은 먼저 들어가는 것이 예이므로 빈자(擯者: 인도하는 사람)는 주인에게 사양하라고 말한다. 둘째, 손님과 주인이 자리에 앉을 때 서로 사양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빈자는 먼저 앉아도 좋다고 말한다.

셋째, 여러 사람이 함께 방문으로 들어갈 때는 최고 연장자 한 사람만이 문 안에 신발을 벗어놓을 수 있다. 그 외의 사람은 모두 문 밖에서 신발을 벗는다. 넷째, 좋아하는 음식을 물을 때는 “그대는 무엇을 자주 드십니까?”라고 묻고, 서화(書畵) 등 기예(技藝)에 대해 물을 때는 “그대는 무엇을 익히셨습니까?”라거나 “그대는 무엇을 잘하십니까?”라고 묻는다.

다섯째, 다른 사람에게 의심받을 만한 일이나 행동거지를 하지 않는다. 여섯째, 부귀와 권세를 가진 사람에게는 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곱째, 다른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기구나 기물에 대해 헐뜯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손님을 접대하는 예절과 더불어 손님으로 다른 사람을 방문했을 때 예절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여기에는 ‘내가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대접해야 하고, 내가 공경받고 싶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정신이 새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의 “有禮者(유례자) 경인(敬人) 敬人者(경인자) 人恒敬之(인항경지)”라는 말은 ‘접빈객’에 담긴 참된 가치와 의미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예가 있는 자는 다른 사람을 공경한다.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자는 다른 사람 또한 항상 그를 공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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