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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으니 함부로 마시지 말라”[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㊵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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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2  08: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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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㊵

[한정주=역사평론가] 史記曰(사기왈) 郊天禮廟(교천예묘)에는 非酒不享(비주불향)이요 君臣朋友(군신붕우)에는 非酒不義(비주불의)요 鬪爭相和(투쟁상화)에는 非酒不勸(비주불권)이니라 故(고)로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주유성패이불가범음지)니라.

(『사기』에서 말하였다. “하늘에 교제(郊祭)를 지내고 종묘에 제례를 모실 때에는 술이 아니면 제향(祭享)하지 않고, 임금과 신하나 친구와 친구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리가 깊어지지 않고, 다투고 나서 서로 화해할 때에는 술이 아니면 권유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술에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으니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기 훨씬 이전부터 중국에서 술이 국가의 대사(大事)에서부터 백성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고대 시가집(詩歌集)이요 민요집(民謠集)이라고 할 수 있는 『시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시경』 <소아(小雅)> 편에 실려 있는 종묘에 제사를 모시는 모습을 묘사한 ‘초자(楚茨: 무성한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시를 보면 그해 수확한 곡식으로 술을 빚고 조상에게 술을 올리며 자손의 큰 복을 기원하고 있다.

楚楚者茨(초초자차) 言抽其棘(언추기극)
自昔何爲(자석하위) 我蓺黍稷(아예서직)
我黍與與(아서여여) 我稷翼翼(아직익익)
我倉旣盈(아창기영) 我庾維億(아유유억)
以爲酒食(이위주식) 以享以祀(이향이사)
以妥以侑(이타이유) 以介景福(이개경복)

무성하고 빽빽한 가시나무, 그 가시나무 제거하는 것은
예로부터 무엇 때문인가, 내가 메기장과 찰기장을 심기 위해서네
나의 메기장 무성하고 나의 찰기장 쑥쑥 자라네
나의 창고 이미 가득 찼고 나의 노적가리도 가득 쌓였네
술 빚고 음식 장만하여 잔 올려 제사 지내며
시동 편히 앉게 하고 술 올리며 큰 복을 더 크게 하네

『시경』 <소아> 편에 실려 있는 ‘상호(桑扈: 산비둘기)’라는 제목의 시는 군신 간의 의리를 깊게 할 때 읊는 시인데 여기에도 어김없이 술이 등장한다. 이 시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풀면서 읊었는데 군신 간의 충의와 은혜를 즐거워하는 마음을 묘사하고 있다.

交交桑扈(교교상호) 有鶯其羽(유앵기우)
君子樂胥(군자락서) 受天之祜(수천지호)
交交桑扈(교교상호) 有鶯其領(유앵기령)
君子樂胥(군자락서) 萬邦之屛(만방지병)
之屛之翰(지병지한) 百辟爲憲(백벽위헌)
不戢不難(불집불난) 受福不那(수복불나)
兕觥其觩(시굉기구) 旨酒思柔(지주사유)
彼交匪敖(비교비오) 萬福來求(만복래구)

이리저리 날며 지저귀는 산비둘기, 그 날개깃 아름답기도 하네
군자들이 즐거워하니 하늘의 큰 복 받으리
이리저리 날며 지저귀는 산비둘기, 그 날개깃 아름답기도 하네
군자들이 즐거워하니 모든 나라의 병풍이로구나
병풍이 되고 줄기가 되니 모든 임금 본보기로 삼네
청렴하지 않고 삼가지 않을까, 복 받음이 많지 않겠는가
굽은 쇠뿔잔에 술까지 부드럽게 느껴지네
서로 간의 사귐 오만하지 않으니 만복(萬福)이 모여드네

친구와 친구 사이에 깊은 의리를 나눌 때에도 술이 빠지지 않는다. 『시경』 <소아> 편에 실려 있는 ‘벌목(伐木: 나무를 베다)’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伐木丁丁(벌목정정) 鳥鳴嚶嚶(조명앵앵)
出自幽谷(출자유곡) 遷于喬木(천우교목)
嚶其鳴矣(앵기명의) 求其友聲(구기우성)
相彼鳥矣(상피조의) 猶求友聲(유구우성)
矧伊人矣(신이인의) 不求友生(불구우생)
神之聽之(신지청지) 終和且平(종화차평)
……(중 략)……
伐木于阪(벌목우판) 釃酒有衍(시주유연)
籩豆有踐(변두유천) 兄弟無遠(형제무원)
民之失德(민지실덕) 乾餱以愆(건후이건)
有酒湑我(유주서아) 無酒酤我(무주고아)
坎坎鼓我(감감고아) 蹲蹲舞我(준준무아)
迨我暇矣(태아가의) 飮此湑矣(음차서의)

쩡쩡 나무 베는 소리, 앵앵 새 우는 소리
깊은 골짜기에서 훨훨 날아 높은 나무에 올라앉네
앵앵 그 울음소리, 그 벗을 찾는 소리네
저 새들 보아도 오히려 서로 벗을 부르는데
하물며 우리 사람이 벗을 찾지 않을까
귀신도 이 소리 들으면 마침내 온화하고 평안하게 하리
……(중 략)……
비탈에서 나무 베는데 걸러온 술 넉넉하네
술과 음식 가득 차려놓으니 형제들 모두 모였네
백성의 덕망 잃은 것은 변변치 않은 음식 탓 허물이니
술 있으면 내가 걸러오고, 술 없으면 내 받아올 것이네
둥둥 내가 북을 치고, 너울너울 내가 춤을 추어
내가 한가한 이때에 걸러온 이 술을 마셔보세

또한 서로 다툰 다음 멀어진 군신 또는 친구나 친척 사이의 화해를 유도할 때 즐겨 읊었을 만한 시에도 술이 등장한다.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간에 묵은 감정과 원망을 말끔히 털어 버리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는 『시경』 <소아> 편의 ‘어리(魚麗: 고기가 걸렸네)’라는 제목의 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魚麗于罶(어리우류) 鱨鯊(상사)
君子有酒(군자유주) 旨且多(지차다)
魚麗于罶(어리우류) 魴鱧(방례)
君子有酒(군자유주) 多且旨(다차지)
魚麗于罶(어리우류) 鰋鯉(언리)
君子有酒(군자유주) 旨且有(지차유)
物其多矣(물기다의) 維其嘉矣(유기가의)
物其旨矣(물기지의) 維其偕矣(유기해의)
物其有矣(물기유의) 維其時矣(유기시의)

통발에 고기가 걸렸네, 날치와 모래무지로구나
군자가 술 가져오니 맛좋고 넉넉하구나
통발에 고기가 걸렸네, 방어와 가물치로구나
군자가 술 가져오니 넉넉하고 맛있구나
통발에 고기가 걸렸네, 메기와 잉어로다
군자가 술 가져오니 맛좋고 넉넉하구나
음식 넉넉하니 훌륭하구나
음식 맛있으니 함께 먹고 즐기세
음식 넉넉하니 때에 알맞구나

이렇듯 2500여 년 전 공자가 편찬한 『시경』과 2000여년 전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를 통해 술과 함께 살고 술과 함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누고, 술과 함께 죽고, 죽고 난 다음에도 술과 함께 했던 고대 중국인의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헤아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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