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분자경영’…삼성전자, 17년 연속 재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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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분자경영’…삼성전자, 17년 연속 재계 1위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0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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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2002년부터 재계 1등 유지…2013년 영향력·매출·당기순익 역대 최고

CXO연구소, 2002년부터 재계 1등 유지…2013년 영향력·매출·당기순익 역대 최고

대한민국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 2002년부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익 세 항목에서 모두 국내 재계 왕좌 자리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000대 상장사 전체 매출과 영업손익의 11%, 29%를 각각 차지하며 국내 재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체질 개선 모색이 절실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한국CXO연구소가 13일 발표한 ‘1996~2017년 사이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영향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초 법인을 설립한 1969년부터 지난 2001년까지 33년 동안 매출 외형 기준 국내 재계 1위 자리에 단 한 번도 올라서지 못했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를 겪던 2002년 재계 1위 자리에 올라서며 대한민국 기업 역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서열 1위에 오른 것은 우리나라 경제 주도권이 ‘산업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변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우리나라 재계 서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이는 형님 기업뻘인 삼성물산(1963년 설립)이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3년간 재계 1위를 했던 기록을 앞선 것이다.

지난 1996년 당시 국내 1000대 상장사 전체 매출액은 390조원 수준이었다. 이중 삼성전자의 매출 영향력은 4.1%(15조8000억원)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매출 1위 삼성물산은 6.2%(24조1000억원)였고, 삼성전자는 현대종합상사 5.3%(20조5000억원)에 이어 매출 파워 3위에 랭크됐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재계 매출 1위에 올라선 지난 2002년 매출 파워는 5.9%(39조8000억원)였다.

1996~2017년 사이 삼성전자 매출 영향력이 최고 정점을 찍었을 때는 지난 2013년이었다.

당시 1000대 기업 내 삼성전자 매출 포지션은 11%(158조4000억원)까지 높아졌다. 이는 상장사 1000곳 중 매출 하위 기업 순으로 714곳의 덩치를 합친 것과 대등했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161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때 1000대 기업 내 영향력은 10.9%였다.

영업손익으로 본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더욱 컸다. 지난 1996년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은 1000대 상장사의 7.3%(1조4000억원)였다. 이때 국내 재계 영업이익 1위 자리는 영업이익 비중 8.2%의 한국전력공사(1조6000억원)가 꿰찼고 있었다.

이듬해인 1997년 삼성전자는 재계 영업내실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한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2018년 기준 삼성전자는 22년간 재계 최고 권좌를 지켜내고 있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겪던 절정기인 1998~2000년까지 삼성전자의 1000대 기업 내 영업이익 영향력은 평균 20% 내외 수준을 유지했다. 1998년 22.6%(3조1000억원), 1999년 19.9%(4조5000억원), 2000년 20.8%(7조4000억원)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는 영업내실에서 쓴 맛을 봤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69.1%나 대폭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000대 기업 내 삼성전자의 영업내실 파워도 6.3%로 곤두박질쳤다.

2001년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이었는데, 2위 SK텔레콤(2조원)에게 자칫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까지 몰리기도 했다.

조사 기간 중 삼성전자의 1000대 기업 영업이익 영향력이 가장 낮았을 때는 지난 2008년이었다. 이때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은 5.7%(4조1000억원)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영업내실 파워가 가장 높았던 해는 2013년이다. 이 해 올린 1000대 상장사 전체 영업손익은 74조7000억원인데, 이중 삼성전자는 21조8000억원을 올렸다. 비율로 따지면 29.2%나 됐다. 1000대 기업 영업내실의 3분의 1을 삼성전자가 도맡았다는 얘기다.

특히 1000곳 중 970곳의 영업손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내실 파워는 막강했다.

당시 영업이익 랭킹 2위 현대자동차(5%)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한 격차였다. 특히 2013년 삼성전자의 1000대 기업 내 당기순익 영향력은 42.4%(21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참고로 삼성전자가 당기순익 1위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999년부터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 삼성전자는 영업 내실이 2년 연속 크게 증가하다가 이후 급격히 하강하는 패턴이 공식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지난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영업이익이 크게 높아지다가 2019년 올해는 내리막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올해 한국 경제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성장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의존도가 낮아지더라도 국내 재계 체격(외형)과 체력(내실)이 모두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경제 체질이 개선돼야 우리나라 경제 구조도 더 튼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도 과거 경영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그때마다 비용 등을 줄여 높은 이익을 내는 분모(分母)경영보다 시장의 파이 자체를 높이는 분자(分子)경영에 집중하며 성장해왔다”며 “세계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된 삼성전자는 올해 50주년을 계기로 공든 탑도 처음부터 다시 쌓는 심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적으로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모(分母)·분자(分子)경영은 1997년 발행된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에서 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돈을 버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비용을 줄이는 분모(分母)경영과 파이를 키우는 분자(分子)경영이 그것이다…중략…(분모경영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량을 줄인 결과이다. 이 방법은 다소 소극적인 경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분자 경영은) 단위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단위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적극적인 경영 방법이다”고 언급했다.

쉽게 얘기하면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을 분모 경영이라고 한다면, 설비 투자 등을 더 늘려 시장 파이를 더 키워 높은 이익을 내게 하는 것을 분자 경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돌파하며 기회를 잡아온 것도 분모 경영보다 분자 경영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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