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다음에 좋은 약 먹지 말고 병들기 전에 스스로 예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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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다음에 좋은 약 먹지 말고 병들기 전에 스스로 예방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1.1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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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㊻
▲ 노자는 ‘만족할 줄 알고 그칠 줄 안다’면 욕됨도 없고 위태로움도 없어서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㊻

[한정주=역사평론가] 康節邵先生曰(강절소선생왈) 한거(閑居)에 愼勿說無妨(신물설무방)하라 纔說無妨便有妨(재설무방변유방)이니라 爽口物多能作疾(상구물다능작질)이요 快心事過必爲殃(쾌심사과필위앙)이라 與其病後能服藥(여기병후능복약)이라도 不若病前能自防(불약병전능자방)이니라.

(소강절 선생이 말하였다. “한가롭게 거처할 때에 두려워하면서 걱정거리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걱정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순간 문득 걱정거리가 생길 것이다. 입에 맞는 음식이라고 해서 많이 먹게 되면 결국 질병이 생길 것이고, 마음에 즐거운 일도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될 것이다. 아울러 병이 찾아온 다음에 좋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이 들기 전에 스스로 예방하는 것만 못하다.”)

입에 맞는 음식도 많이 먹으면 질병이 생기고, 마음에 즐거운 일도 지나치면 재앙이 되는 게 세상사 거스를 수 없는 이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서는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노자의 ‘지족지지(知足知止)’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만족할 줄 알고 그칠 줄 안다’는 뜻인데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만족해야 할 곳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그렇게 하면 욕됨도 없고 위태로움도 없어서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질병이라는 위태로움을 예방할 수 있고 재앙이라는 욕됨을 피해 오래도록 일신을 보존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채근담』에도 여기 『명심보감』과 비슷한 맥락에서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과 ‘마음에 유쾌한 일’을 경계하는 훈계가 기록돼 있다.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은 모두 장기를 헐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독약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말미암아 만족을 느끼는 곳의 절반쯤에서 그친다면 갑작스럽게 재앙이 닥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음에 유쾌한 일은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체이다. 이 또한 유쾌한 일로 말미암아 만족을 느끼는 곳의 절반쯤에서 그친다면 문득 후회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명심보감』도 그렇고 『채근담』에서조차 이렇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질병을 불러오는 데는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보다 더한 것이 없고, 재앙을 불러오는 데는 ‘마음에 즐거운 일’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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