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수(報酬) 공시는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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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수(報酬) 공시는 진화한다
  •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1.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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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말 4월초가 되면 빠지지 않는 단골 뉴스가 있다. 어떤 CEO가 고액 연봉을 받았고, 어떤 기업 직원 평균 보수가 높은지 하는 이슈다. 시점이 비슷한 이유는 12월 결산법인 상장사의 경우 3월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02년부터 국내서 처음으로 100대 기업 CEO 연봉과 직원 1인당 평균 보수 조사를 발표해 왔다. 당시만 해도 CEO 연봉 조사는 회사별 등기임원 평균 보수에 불과했다.

정보가 제한적이었지만 사회적 관심은 뜨거웠다. 등기임원 보수를 조사하다 보니 필자는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CEO 개인별 연봉 공개 필요성에 대해 주장해 왔다. 투명 경영 차원에서다.

2002년 조사 때만 해도 국내 100대 상장사 중 유일하게 금호산업이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까지도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고 있었다. 앞서 회사의 사례를 근거로 들며 우리나라도 CEO 개인별 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적극 피력했다.

당시 재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CEO 개인별 보수 공개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CEO 연봉 공개에 관심은 높았지만 법제화 앞에서는 다소 주춤거렸다.

그러다 10년 정도 흐른 지난 2013년부터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 개인별 보수 공개가 의무화로 바뀌었다. 정권이 세 번 바뀌고 나서야 법제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포함해 보수 상위 5명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공시 제도가 진화했다.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도 매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직원 평균 보수는 사업보고서 등에 의무적으로 명시할 사항은 아니지만 전체 급여총액에 전체 직원 수를 나누면 쉽게 산출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필자가 직원 보수 조사를 여러 차례 발표해오면서 의문점이 생겼다. 그 이유는 ‘직원’의 범위가 기업마다 모해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직원 급여총액 속에 미등기임원도 포함해 급여를 공시하고 있었다. 반면 어떤 곳은 부장급 이하 직원만 포함해 급여를 계산하고 있었다.

임원까지 포함해 직원 평균 보수를 산출하는 회사는 실제 일반 직원들이 받는 연봉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직원 평균 보수라는 개념만 놓고 보면 미등기임원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만 제도상으로는 직원 보수 속에 미등기임원도 포함시키는 것이 더 옳은 공시 방법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필자는 직원의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통일하고 미등기임원과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보수를 따로 구분해 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서 기업공시서식 작성 기준이 작년 12월31일자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정기보고서 등에 각 회사별 미등기임원 인원과 이들이 받는 전체 보수 금액과 1인당 평균 급여액을 별도 공개하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올해부터는 상장사별로 미등기임원들이 1인당 평균 급여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크게 화젯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개정된 공시 시행 규칙을 보면 직원 속에는 미등기임원도 포함한 것으로 좀 더 명확하게 규정했다.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평균 보수 금액과 직원 수에는 미등기임원도 포함해 계산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개정으로 사실상 부장급 이하 직원 1인당 평균보수도 자연스럽게 파악해볼 수 있는 1석2조 효과까지 생겼다. 전체 직원 보수에서 미등기임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액을 빼면 부장급 이하 직원들의 보수를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다 보면 미등기임원의 보수도 좀더 세분화해서 공시하는 쪽으로 제도가 더 진화될 것이다. 미등기임원 속에 고액 보수를 받는 오너들도 포함돼 다소 왜곡된 정보가 생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報酬) 공시 제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세하게 공개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투명도가 제도적으로 성숙해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에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지만, 이때 탄생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은 기업 투명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됐다.

기술의 발전처럼 공시 제도의 투명성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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