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가 제시한 부의 불평등 해법은 ‘누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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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가 제시한 부의 불평등 해법은 ‘누진세’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9.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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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소득에 고율의 세금과 글로벌 자본세 부과해야”

▲ 토마 피케티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으로 이른바 서민과세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전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을 꼬집은 프랑스 소장 경제학자의 신간이 출간돼 화제다.

이미 프랑스와 미국에서 출간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이다.

피케티는 역사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 연구에 천착해온 소장 경제학자다. 경제성장이 소득과 부의 분배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역사적이고 이론적인 작업이 그의 주된 과제였다.

특히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소득의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변화한 양상에 관한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는 성장과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조망한 쿠즈네츠의 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소득과 부의 분배의 역사적인 변화 추이에 있어 정치제도와 재정제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경제학을 경제과학(economic science)이라는 표현보다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ics)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수학적 모형을 통한 순수한 이론적 고찰이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들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과 해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는 외면한 채 과학적 분석에 몰두하는 주류 경제학계의 풍토를 피케티는 ‘유치한 열정’이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피케티가 활용하는 분석의 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득의 분배와 그 불평등을, 다른 하나는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의 계층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자본수익률이 끊임없이 감소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예언과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이 자본주의가 발전된 단계에서는 완화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20세기 쿠즈네츠의 이론을 실용적이고 역사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의 동학으로 제시한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대안은 최고소득에 고율의 세금과 글로벌 자본세 부과다.

피케티는 미국의 경우 연간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의 소득(약 5~10억원)을 올리는 상위 0.5~1퍼센트의 소득계층에 80퍼센트의 세율 적용과 특히 전 세계의 부에 대해 매년 누진세 부과를 제안한다.

물론 피케티가 설계한 자본세의 세율은 최고소득세율과 마찬가지로 자본축적의 동력을 유지시켜 성장률을 낮추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그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글로벌 자본세가 가장 덜 위험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목도되는 각국의 보호주의와 자본통제의 움직임은 국제적 긴장을 심화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는 점진적으로 지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본세라는 ‘이상’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피케티의 해결책은 조세 개혁이다. 기업의 역동성과 국제적인 개방경제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 세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에 대한 누진적 과세는 부의 분배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피케티는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부가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재능이나 노력보다는 태생에 따라 삶과 사회가 좌우되고,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잠식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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