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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맑고 한가로우면 그때가 바로 신선이다”[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㊿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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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1  17: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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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㊿

[한정주=역사평론가] 無藥可醫卿相壽(무약가의경상수)요 有錢難買子孫賢(유전난매자손현)이니라. 一日淸閑(일일청한)이면 一日仙(일일선)이니라.

(약으로는 공경(公卿)과 재상(宰相)의 목숨을 고칠 수 없고, 돈으로는 자손의 현명함을 살 수 없다.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한가로우면 그날 하루는 신선이 되는 것이다.)

이 구절은 나홍선(羅洪先)이 지은 ‘성세시(醒世詩)’ 22수 중 9수에 나오는 시구(詩句)이다. 나홍선은 16세기 중반 명나라 때 활동한 학자이자 문인이다.

그는 성리학이 지배하던 당시 풍조와는 다르게 왕양명의 양명학을 사숙(私淑)하면서 독창적인 사색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유학은 물론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예악(禮樂)과 전장(典章), 수리(水理)와 치수(治水), 산수(算數)와 역학(易學) 등 여러 분야의 학문에 두루 정통했다고 한다.

여하튼 ‘성세시’ 22수는 분량 관계상 여기에 다 싣지 못하고 『명심보감』에서 인용하고 있는 구절이 나오는 9수만 그 전체 내용을 소개한다.

得失榮枯總任天(득실영고총시천)
機謀用盡也徒然(기관용진야도연)
人心不足蛇呑象(인심부족사탄상)
世事到頭螳捕蟬(세사도두당포선)
無藥可醫卿相壽(무약가의경상수)
有錢難買子孫賢(유전난매자손현)
得過一日過一日(득과일일과일일)
一日淸閑一日仙(일일청한일일선)

성공과 실패, 번성과 쇠퇴는 다 하늘의 뜻이어서
온갖 기지와 계책 다 써도 헛수고일 뿐이네
사람의 마음 만족하지 못하면 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격이고
세상사 결국 사마귀가 매미를 사로잡는 격이네
약으로는 공경과 재상의 목숨 고칠 수 없고
돈으로는 자손의 현명함 살 수 없네
하루 지나도록 얻는 게 있으면 하루는 놓치는 게 있고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한가로우면 그날 하루는 신선이 되네

특히 나홍선은 36세 때 벼슬을 버리고 귀향한 다음 산속에 은둔해 살면서 왕양명의 심학(心學)을 깊이 연구했는데 무려 삼년 동안이나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문밖을 나서지도 않았다. 그리고 말년에는 머리를 깎고 출가해 염암(念庵)이라는 법호를 썼다.

『명심보감』에서 인용하고 있는 “日淸閑(일일청한) 一日仙(일일선)”이라는 시구는 심학과 불교에 심취해 속세를 멀리한 채 은둔 생활을 했던 그의 삶과 사상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특히 이 시구(詩句)는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大知閑閑(대지한한) 小知間間(소지간간)”이라는 구절과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큰 지혜는 여유롭고 한가하지만 작은 지혜는 각박하고 촘촘하다”는 뜻인데 지혜가 큰 사람은 모든 것에 두루 통달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여유롭고 한가로운 반면 지혜가 작은 사람은 편협하고 막혀 있기 때문에 뚜렷한 자기 견해 없이 남의 눈치나 보며 이리 저리 휩쓸리는 바람에 항상 촘촘하고 각박하다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홍선은 단 하루일지라도 큰 지혜를 지니고 있는 사람처럼 맑고 한가로우면 그 순간만은 누구라도 신선의 경지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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