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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 추천하면 일신(一身)이 편안하다”[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①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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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8  07: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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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管仲:왼쪽)과 포숙아(鮑叔牙).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眞宗皇帝(진종황제) 御製曰(어제왈) 知危識險(지위식험)이면 終無羅網之門(종무라망지문)이요 擧善薦賢(거선천현)이면 自有安身之路(자유신안지로)라 施仁布德(시인포덕)은 乃世代之榮昌(내세대지영창)이요 懷妬報寃(회투보원)은 與子孫之危患(여자손지위환)이요 損人利己(손인리기)면 終無顯達雲仍(종무현달운잉)이요 害衆成家(해중성가)면 豈有久長富貴(기유구장부귀)리요 改名異體(개명이체)는 皆因巧語而生(개인교어이생)이요 禍起傷身(화기상신)은 皆是不仁之召(개시불인지소)니라.

(진종황제가 어제(御製)에서 말하였다. “위험함을 알고 험난함을 알면 죽을 때까지 법(法)의 그물에 걸려드는 일이 없을 것이요,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한다면 스스로 일신이 편안한 길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고 덕을 베풀면 대대로 후손들에게 영화과 번창이 있을 것이요, 시기하는 마음을 품고 원한을 갚으려고 하면 자손들에게 위험과 근심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먼 훗날 지위와 명망이 높아져서 세상에 드러나는 후손이 없게 될 것이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집안을 이룬다면 어찌 그 부귀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름을 바꾸고 모양새를 달리하는 것은 모두 교묘한 말로 인해 생기는 것이요, 재앙이 일어나 몸이 상하게 되는 것은 모두 어질지 못한 언행이 불러들인 것이다.”)

진종은 북송(北宋)의 제3대 황제이다. 진종은 즉위 초반 각지에 전운사(轉運使)를 파견하는 등 민생을 살피고 나라의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한편 산업을 장려하고 학문을 권장하는데 힘을 쏟았다. 과거제도에 기반한 관료제가 완성된 시기 역시 진종 때였다.

그런 점에서 여기 어제(御製) 가운데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라’는 구절은 민생을 도모하고,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학문을 권장하고,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천하의 인재가 절실했던 진종의 의중이 잘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중국사에서 여기 진종의 어제처럼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해 스스로 일신이 편안한 길에 들어선 사람’으로는 누가 있었을까. 친구 사이의 진정한 우정을 표현할 때 흔하게 사용하는 고사성어인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 가운데 포숙아가 바로 그 사람이다.

관중과 포숙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는데, 포숙은 관중의 현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었다. 비록 관중이 가난하고 궁색한 탓에 항상 포숙을 속였지만 그때마다 포숙은 잘 대해줄 뿐 자신을 속인 일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았다.

관중과 포숙이 자신의 고향인 제나라의 정치에 몸을 담았을 때 군주는 제14대 제후 양공(襄公)이었다. 그런데 양공은 아주 잔인무도한 사람이어서 그의 형제들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웃 제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쳐야 했다.

그 후 양공은 동생인 무지(無知)에게 살해당했고, 무지는 다시 신하들에게 살해되는 등 제나라는 군주의 자리를 둘러싸고 혼란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포숙은 제나라의 공자(公子) 가운데 소백(小白)을 섬겼고, 관중은 공자 규(糾)를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제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중신들이 당시 거(莒)나라에 피신해있던 소백을 불러들여 제후로 추대했다. 그가 바로 제나라 제16대 제후 환공(桓公)이다.

소백이 제후가 될 때 공자 규는 그에 맞서 싸우다가 져서 죽었다. 공자 규를 섬긴 관중 역시 잡혀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의 현명함을 역설하며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힘써 추천했다. 환공이 제후의 자리를 두고 목숨을 겨룬 공자 규의 핵심 참모였던 관중을 경계하여 선뜻 기용하려고 하지 않자 포숙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께서 제나라를 다스리는데 만족하신다면 저 포숙과 고혜(高傒)만 있어도 됩니다. 하지만 공께서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관중이 있어야 합니다. 관중은 어느 나라에 있던 그 현명함 때문에 중용될 인물이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결국 환공은 포숙의 간곡한 추천에 마음을 돌려 제나라의 정치를 관중에게 맡겼다. 그리고 관중의 현명한 정치와 보좌 덕택에 환공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覇者), 곧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관중은 항상 말하기를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참으로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환공을 제후의 자리에 오르게 한 공적으로 치자면 포숙은 관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어야 마땅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할 만큼 포숙의 공적은 거대했다.

하지만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을 추천한 다음 항상 일신(一身)을 관중의 아랫자리에 두었다. 만약 포숙처럼 공경함과 공손함과 겸손함으로 친구를 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친구뿐만 아니라 세상사람 모두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이러한 포숙의 처신과 가르침 덕분이었을까. 포숙의 자손들은 무려 십 여 대에 이르기까지 현달한 집안의 지위와 명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참으로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면 일신(一身)이 편안하다”는 가르침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물며 자신의 일신뿐만 아니라 몇 백 년 뒤 후손들의 처지까지 편안하게 해 준 셈이니 말이다.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현명한 사람을 추천한 일의 이로움과 혜택이 참으로 크고도 깊다고 하겠다.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 보다 오히려 관중의 현명함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포숙의 현명함을 더 높게 칭찬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친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친구의 현명함이 천하에 크게 드러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하고 천거한 포숙이야말로 진실로 ‘착하고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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