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사랑할 때는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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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사랑할 때는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2.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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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②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神宗皇帝(신종황제) 御製曰(어제왈) 遠非道之財(원비도지재)하고 戒過度之酒(계과도지주)하며 居必擇隣(거필택린)하고 交必擇友(교필택우)하라 嫉妬勿起於心(질투물기어심)하고 讒言勿宣於口(참언물선어구)하며 骨肉貧者莫疎(골육빈자막소)하고 他人富者莫厚(타인부자막후)하라 克己以勤儉爲先(극기이근검위선)하고 愛衆以謙和爲首(애중이겸화위수)하라 常思已往之非(상사이왕지비)하고 每念未來之咎(매념미래지구)하라 若依朕之斯言(약의짐지사언)이면 治國家而可久(치국가이가구)니라.

(신종황제가 어제(御製)에서 말하였다. “도리에 어긋나는 재물을 멀리하고, 정도에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반드시 이웃을 가려서 거처하고, 친구는 반드시 가려서 사귀어라. 마음으로는 시기심과 질투심을 일으키지 말고, 입으로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말을 내뱉지 말라. 형제자매가 가난하다고 해서 소원(疎遠)하게 대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부자라고 해서 돈후(敦厚)하게 대하지 말라. 자신의 사욕(私慾)을 극복하는 데는 근면함과 검소함이 제일이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다. 항상 지난날의 잘못을 생각하고, 매일 앞날의 허물을 생각한다. 만약 짐의 이 말에 의지한다면 영구히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신종은 북송의 제6대 황제이다. 신종은 왕안석을 등용해 신법(新法) 제정을 통한 변법 개혁으로 북송을 부유하고 강성한 나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할 때는 근면함과 검소함이 제일이고, 모든 사람을 사랑할 때는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다”라는 신종 어제의 메시지는 기득권 세력의 온갖 비방과 원망과 저항에 맞서면서 신법과 변법운동을 성공시켜야 하는 개혁가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극기(克己)’, 곧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는 것에 관한 거의 최초의 기록은 『논어』 <안연(顔淵)> 편에 나오는 ‘공자와 안연의 대화’ 중에 나오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안연이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克己復禮爲仁(극기복례위인) 一日克己復禮(일일극기복례) 天下歸仁焉(천하귀인언).” 곧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하루라도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면 천하가 인(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자가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려면 돌아가야 한다고 한 예(禮)란 도대체 무엇일까?

『논어』를 보면 ‘예’는 한 가지 의미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즉 때로는 ‘화(和:조화로움)’로, 때로는 ‘공(恭:공손함)’으로, 때로는 ‘검(儉:검소함)’으로, 때로는 ‘경(敬:공경함)’으로, 때로는 ‘양(讓:겸양)’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듯 공자가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기 위해 안연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가르친 ‘예’의 여러 가지 의미 가운데 신종은 바로 ‘근면함’과 ‘검소함’이 가장 우선하다고 본 것이다.

공자 역시 임방(林放)이라는 제자가 예절의 근본에 대해 묻자 예(禮)는 사치한 것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에 있다고 했다.

또한 『서경』 <주서> ‘강고(康誥)’에서는 군주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백성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부지런하고 공손하며 하늘의 벌을 두려워해야”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 나라와 백성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할 때는 근면함과 검소함이 제일’이라는 신종의 말은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모든 사람을 사랑할 때는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다’라는 신종의 말은 『서경』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謨)’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은 순임금 앞에서 신하 고요(皐陶)가 우왕(禹王)이 되기 이전 우(禹)에게 말한 ‘백성을 사랑할 때 베풀어야 할 아홉 가지 덕’을 기록하고 있다.

아홉 가지 덕을 살펴보면 첫째 관대하면서 위엄이 있어야 한다. 둘째 부드러우면서 당당해야 한다. 셋째 성실하면서 공손해야 한다. 넷째 다스리면서 공경해야 한다. 다섯째 온순하면서 굳세야 한다. 여섯째 강직하면서 온화해야 한다. 일곱째 대범하면서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여덟째 굳세면서 충실해야 한다. 아홉째 용맹하면서 의로워야 한다.

신종은 백성을 사랑할 때 베풀어야 할 이 아홉 가지 덕 가운데에서도 ‘겸손함’과 ‘온화함’이 으뜸이라고 여겼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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