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알고 싶으면 먼저 신하를 보고 사람을 알고 싶으면 먼저 친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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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알고 싶으면 먼저 신하를 보고 사람을 알고 싶으면 먼저 친구를 보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2.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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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④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王良曰(왕량왈) 欲知其君(욕지기군)이어든 先視其臣(선시기신)하고 欲識其人(욕식기인)이어든 先視其友(선시기우)하고 欲知其父(욕지기부)이어든 先視其子(선시기자)하라 君聖臣忠(군성신충)하고 父慈子孝(부자자효)니라.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친구를 보고, 그 아버지를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자식을 보라. 임금이 어질고 현명하면 신하가 충성하고, 아버지가 자애로우면 자식이 효도한다.”)

왕량은 춘추시대 말기 진(晋)나라의 마부(馬夫)였다. 그는 말을 다루는 뛰어난 솜씨뿐만 아니라 용맹함에다가 현명함까지 갖춘 인물이었다.

왕량은 당시 진나라의 실권자였던 조간자의 수레를 모는 어자(御者)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섬기던 주군의 비위나 맞추고 아첨이나 일삼은 대다수 마부와는 달리 간언과 충언을 서슴없이 할 줄 알았던 강직한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맹자는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 편에서 왕량의 사람됨을 가리켜 “수레를 모는 사람이었지만 권세 있는 사람의 비위나 맞추면서 아첨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왕량의 말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현명하고 강직한 인물인 지 짐작할 수 있다.

임금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 신하를 보고, 사람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 친구를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사람은 누구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善)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아무리 악(惡)한 사람도 선(善)에 영향을 받고, 악(惡)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아무리 선(善)한 사람도 악(惡)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묵자는 이처럼 사람은 가까이 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치를 ‘흰 실과 염색의 관계’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묵자는 흰 비단실에 물들이는 것을 보고 탄식하면서 말했다. ‘푸른 염료로 물들이면 청색(靑色)이 나오고, 노란 염료로 물들이면 황색(黃色)이 나온다. 사용하는 염료가 바뀌면 실의 빛깔 또한 바뀐다. 다섯 번 물감에 넣으면 다섯 가지 색이 나온다.’ 물을 들일 때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흰 비단실을 물들일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라의 임금에게도 또한 물들이는 일이 있다. 순(舜)임금은 허유(許由)와 백양(伯陽)에게 물들었다. 우왕(禹王)은 고요(臯陶)와 백익(伯益)에게 물들고, 탕왕(湯王)은 이윤(伊尹)과 중훼(仲虺)에게 물들고, 무왕(武王)은 태공(太公)과 주공(周公)에게 물들었다. 이 네 사람의 왕자(王者)는 올바르게 물들었다. 따라서 천자(天子)로 즉위하여 그 공명(功名)이 천하를 뒤덮었다. 천하의 어진 사람과 의로운 사람과 명예로운 사람을 들면 반드시 이 네 사람을 일컫게 되었다.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은 간신(干辛)과 추치(推哆)에게 물들었다.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숭후(崇侯)와 악래(惡來)에게 물들었다. 주(周)나라의 여왕(厲王)은 괵공장보(虢公長父)와 영이종(榮夷終)에게 물들었다. 또 유왕(幽王)은 부공이(傅公夷)와 채공곡(蔡公穀)에게 물들었다. 이 네 사람의 왕(王)은 물든 것이 올바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라는 패망하고 자신은 죽임을 당했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인물이 되었다. 천하의 의롭지 못한 사람과 욕된 사람들을 들먹일 때는 반드시 이 네 사람을 일컫게 되었다.”

『묵자(墨子)』 <소염(所染)> 편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어질고 의로운 신하를 가까이 하면 임금 역시 그 신하에게 물이 들어 어질고 의롭게 된다. 하지만 간악하고 잔인한 신하를 가까이 하면 임금 역시 그 신하에게 물이 들어 간악하고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 어질고 의로운 신하가 임금 주변에 가까이 있다면 십중팔구 그 임금 역시 어질고 의롭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간악하고 잔인한 신하가 임금 주변에 가까이 있다면 십중팔구 그 임금 역시 간악하고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묵자의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묵비사염(墨悲絲染)’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사람됨을 알기 위해서 먼저 그 친구의 사람됨을 봐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여기에서는 공자가 말한 ‘익자삼우(益者三友)’, 곧 ‘세 가지 부류의 유익한 친구’와 ‘손자삼우(損者三友)’, 곧 ‘세 가지 부류의 해로운 친구’를 참조할 만하다.

어떤 사람이 ‘유익한 부류의 친구’를 가까이한다면 그 사람 역시 유익한 사람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반면 ‘해로운 부류의 친구’를 가까이 한다면 그 사람 역시 해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것이다.

그럼 ‘유익한 친구’는 누구이고, ‘해로운 친구’는 누구일까?

먼저 ‘세 가지 부류의 유익한 친구’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정직한 사람은 유익한 친구이다. 둘째 신의가 있고 성실한 사람은 유익한 친구이다. 셋째 견문(見聞)이 많아 박학다식한 사람은 유익한 친구이다.

그럼 공자는 ‘세 가지 부류의 해로운 친구’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첫째 아첨과 아부를 잘 하는 친구는 해로운 친구이다. 둘째 부드럽고 달콤한 언행으로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은 해로운 친구이다. 셋째 그럴싸한 말재주와 말주변으로 남을 잘 현혹하는 사람은 해로운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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