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봄비도 싫어하는 사람 있고, 아름다운 가을달도 미워하는 사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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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봄비도 싫어하는 사람 있고, 아름다운 가을달도 미워하는 사람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2.2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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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⑥
▲ 도척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의도덕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훈계하는 공자는 자신의 악랄하고 잔혹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들추어내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許敬宗曰(허경종왈) 春雨如膏(춘우여고)나 行人(행인)은 惡其泥濘(오기니녕)하고 秋月揚輝(추월양휘)나 盜者(도자)는 憎其照鑑(증기조감)이니라.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마치 귀한 기름과 같지만 길 가는 사람은 질퍽질퍽한 진창이라고 싫어하고, 가을 달은 휘영청 밝게 빛나지만 도둑은 거울처럼 밝게 비춘다고 미워한다.”

귀한 봄비도 싫어하고, 아름다운 가을달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질고 현명하고 지혜롭다고 칭송하는 성인군자라고 해도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천하를 구제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무려 13년 동안이나 풍찬노숙하며 각국의 제후들을 찾아 다녔던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는커녕 ‘상가지구(喪家之狗)’, 곧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얻어먹을 만한 게 없나 기웃거리고 되지도 않는 말과 일만 떠벌리고 다니는 ‘상갓집 개’나 다름없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부패하고 타락한 제후와 권세가들에게 공자가 말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은 귀찮고 혐오스러운 것에 불과했다. 세상 사람들은 공자를 가리켜 ‘성인군자’라고 부르며 존경했지만 그들은 공자를 가리켜 ‘상가지구’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도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마치 귀한 봄비도 질퍽질퍽한 진창에 불과한 것처럼- 한낱 허접 쓰레기 같은 말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에는 오늘날까지 ‘도적의 대명사’로 전해오는 ‘도척(盜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도척은 살아 있는 사람의 생간을 꺼낼 정도로 악랄하고 잔혹했다.

어느 날 공자는 도척을 설득해 착한 사람으로 바꾸어놓겠다는 결심을 하고 제자 안회와 자공을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도척은 오히려 공자를 가리켜 ‘인의니 도덕이니 효도니 우애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놓고 무엇은 옳고 무엇은 그른가를 제멋대로 판정해 세상 사람들을 미혹에 빠뜨리는 교활하고 간악한 위선자’라며 크게 힐책했다.

도척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의도덕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훈계하는 공자는 자신의 악랄하고 잔혹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들추어내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도척은 생간을 씹어 먹으면서 자신의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공자를 위협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가르침도 ‘마음이 어긋나 있는 사람’에게는 - 마치 아름다운 가을달도 자신의 도둑질을 밝게 들추어내는 거울에 불과한 것처럼- 혐오와 증오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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