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주술·예술의 근원적 생 탐구”…OCI미술관, ‘접촉주술’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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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술·예술의 근원적 생 탐구”…OCI미술관, ‘접촉주술’ 展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03.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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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사박물관 태반류. <OCI미술관 제공>

과학, 주술,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근원적 생을 되새겨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OCI미술관은 오는 13일부터 5월4일까지 백정기 초대개인전 ‘접촉주술’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과거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2013),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2016) 등 유수의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거듭 선정돼 주목을 받았던 백정기 작가가 4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층 성숙해진 작업 형식과 확장된 인식 세계를 펼쳐낸다.

전시명인 ‘접촉주술’은 어딘가에 접촉했던 것은 분리된 이후에도 상호 영향을 끼친다는 원리로 비슷한 주술 형식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된다. 연인의 물건을 품고 있으면 그이와 맞닿아 있다는 흔한 믿음이나 어떤 이의 머리카락을 넣은 인형으로 상대방에게 주문을 걸 수 있다는 방식을 일컫는다.

백정기는 ‘접촉주술’의 개념을 확장해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세상일지라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고를 과감한 미술 형식으로 전개해 나간다.

▲ 용소. <OCI미술관 제공>

‘기우제’를 통해 메마른 세상에 단비를 구하던 그의 예술적 제의는 전통 건축에 대한 이해와 적용으로 더욱 발전해 이번 전시에서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오브제와 금속 파이프를 사용한 ‘용소’(2019)와 ‘침호두’(2019) 작업으로 선보이며 건축적 구조로까지 확장된다.

미술관을 주술적이고 마법적인 상징 공간으로 전환하는 이 작업은 작가가 직접 전국 각지의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전통 건축의 장식을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접목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 침호두. <OCI미술관 제공>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설치·영상 작업 ‘Materia Medica: Cinis’(2017)는 작가가 화재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잔해를 분쇄·희석하고 다시 정제해 치료제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을 독으로 치료한다는 이독제독의 동종요법 원리에 기반한 작업에서 작가는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마주해 육체적 아픔뿐만 아니라 심적 상흔까지도 보듬는 치유의 태도를 보여준다.

신작 ‘자연사박물관: 태반류’ 역시 동종요법에서 모티브를 구한 작업이다. 자연에서 얻은 약의 성분은 수십, 수백 번 물에 희석돼 극소량만 남을지라도 약으로써 효능을 발휘한다.

마찬가지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물과 접촉해 생을 유지해가고 따라서 물속에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자연사박물관’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시한다.

▲ Is of 서울 #1. <OCI미술관 제공>

이외에도 리트머스지에 한강의 물을 잉크 삼아 서울의 풍경을 찍어낸 ‘Is of: 서울’(2013)과 단풍잎에서 추출한 색소로 가을 산의 풍경 사진을 출력한 ‘Is of: 가을’(2017) 등 작가의 꾸준한 진행 프로젝트를 쇄신해 선보여 지난 10여년간 연속해 심화시켜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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