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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상황에 빠지면 도와주고 위태로운 처지면 구제해주라”[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⑧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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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2  15: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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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시대 진(晋)나라 제후 영공(靈公·왼쪽)의 포악하고 잔인무도함을 보다 못해 여러 차례 간언으로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시미명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조순(趙盾).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悶人之凶(민인지흉)하고 樂人之善(낙인지선)하며 濟人之急(제인지급)하고 求人之危(구인지위)하라.

(다른 사람의 흉한 일에 번민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일에 즐거워하며, 다른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거든 도와주고, 다른 사람이 위태로운 처지에 처했거든 구제해 주어라.)

춘추시대 진(晋)나라의 제후 영공(靈公)은 사치스럽고 방탕한 데다가 포악하고 잔인무도한 인물이었다. 그는 누대 위에서 활 쏘는 사람을 시켜 길가는 아무에게나 화살을 쏘게 해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화살을 피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일을 좋아했다.

자신이 즐겨 먹는 곰발바닥 요리가 덜 익었다면서 궁중 요리사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그의 부인에게 시체를 들고 다니며 조정을 지나가게 하는 모욕을 주었다.

영공의 포악함과 잔인무도함을 보다 못한 신하 조순(趙盾)이 여러 차례 간언했지만 듣지 않았다. 오히려 영공은 간언을 멈추지 않은 조순을 큰 근심덩어리로 여기고 아예 죽여 없애 버릴 마음을 먹었다.

성품이 어질고 공정했던 조순은 예전에 수산(首山)이라는 곳에서 사냥을 하다가 뽕나무 아래에서 굶주려 곧 죽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시미명이었다.

당시 조순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 위급하고 측은해보여서 음식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곧 죽게 될 정도로 굶주렸던 사람이 음식의 반만 먹고 나머지 반은 남겨놓는 것이 아닌가.

조순은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시미명은 고향을 떠난 지 3년이 되었는데 어머니의 생존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만나면 드리려고 음식을 남겨두었다고 답했다.

조순은 그의 사람됨이 의롭다고 생각해 충분한 양의 밥과 고기를 더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미명은 영공의 주방장이 되었다. 하지만 조순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해 가을 영공은 조순을 초청해 술자리를 베푸는 척하고 병사를 숨겨놓았다가 살해하려고 했다. 이때 영공의 주방장으로 술자리에 있게 된 시미명이 조순에게 먼저 술자리에서 떠나도록 하는 기지를 발휘해 죽음의 재앙을 피하게 했다.

조순이 이미 떠났지만 영공이 숨겨놓은 병사들은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먼저 사나운 맹견을 풀어놓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미명은 맹견을 묶어 죽여 버렸다. 이때까지도 조순은 시미명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공이 직접 지휘해 숨겨놓은 병사들이 조순을 뒤쫓아 가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시미명이 조순을 뒤쫓아 가는 병사들에게 반격을 가하는 바람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마침내 조순은 무사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조순은 그때까지도 시미명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왜 그토록 자신을 구해주려고 애를 쓰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시미명은 “예전 뽕나무 아래에서 어르신이 구해줬던 굶주림 사람이 바로 접니다”라고 대답했다.

조순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이름을 물었지만 시미명은 끝내 알려 주지 않았다.

굶주림에 목숨을 잃을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던 시미명을 아무런 대가나 보답 없이 도와준 덕분에 조순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대가와 보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마도 아무런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대가와 보답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경우가 바로 음덕(陰德)이다.

그렇다면 시미명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조순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진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조순은 이웃 나라로 달아났다. 그런데 국경을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조순의 동생인 장군 조천이 영공을 공격해 살해했다.

다시 돌아온 조순은 평소 어질고 공정한 처신 덕분에 크게 민심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의 지위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순은 성공(成公)을 맞이해 새로이 임금의 자리에 세웠다.

영공과 조순 그리고 시미명의 은원(恩怨)에 얽힌 고사(故事)는 『사기』 <진세가(晋世家)> ‘영공 14년’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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