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사람이 상도(常道)를 어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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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사람이 상도(常道)를 어긴다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3.24 1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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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⑫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⑫

[한정주=역사평론가] 天若改常(천약개상)이면 不風則雨(불풍즉우)요 人若改常(인약개상)이면 不病則死(불병즉사)니라.

(하늘이 만약 상도(常道)를 어긴다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곧 비가 내릴 것이요, 사람이 만약 상도(常道)를 어긴다면 병이 들지 않아도 곧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상도(常道)’란 ‘항상 변하지 않는 도리’, ‘항상 지켜야 할 도리’,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리’ 등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의 ‘상도(常道)’는 무엇이고, 사람의 ‘상도(常道)’는 무엇인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다시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등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의 변화는 항상 변하지 않는 도리, 즉 하늘의 상도(常道)이다.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운 날씨와 기후 역시 하늘의 상도이다.

만약 사계절이 변화하는 순서나 날씨와 기후가 뒤바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비가 와야 할 때 비가 오지 않거나 서리나 눈이 내리게 되면 곡식을 비롯한 만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더워야 할 때 춥고, 추워야 할 때 덥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연 만물 가운데 더울 때 성장하는 것은 추위에 죽게 되고, 추워야 살 수 있는 것은 더위에 죽게 된다.

이렇듯 하늘이 상도를 어기게 되면 만물이 성장하지 못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사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사람의 상도(常道)는 유가 사상을 예로 들어 말한다면 ‘오상(五常)’, 즉 ‘마땅히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변하지 않은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오상은 바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인(仁)은 사랑, 의(義)는 의로움, 예(禮)는 예의와 예절, 지(智)는 지혜, 신(信)은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사람이 이 오상을 어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 『시경』 <국풍(國風)> 중 ‘용풍(鄘風)’에 흥미로운 시 한 편이 실려 있다. ‘쥐를 보라’는 뜻을 가진 ‘상서(相鼠)’라는 제목의 시이다.

相鼠有皮(상서유피) 人而無儀(인의무의)
人而無儀(인이무의) 不死何爲(불사하위)
相鼠有齒(상서유치) 人而無止(인이무지)
人而無止(인이무지) 不死何俟(불사하사)
相鼠有體(상서유체) 人而無禮(인이무례)
人而無禮(인의무례) 胡不遄死(호불천사)

저 쥐를 보아도 가죽을 갖추었거늘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네.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으면 어찌 죽지 않겠는가.
저 쥐를 보아도 이빨을 갖추었거늘 사람으로서 버릇이 없네.
사람으로서 버릇이 없으면 죽음 외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저 쥐를 보아도 모양새를 갖추었거늘 사람으로서 예절이 없네.
사람으로서 예절이 없으면 어찌 빨리 죽지 않겠는가?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더럽고 미천한 저 쥐를 보아도 눈·코·입·귀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예의와 태도와 예절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어떻게 편안한 삶과 죽음을 바라느냐는 힐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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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철 2020-07-24 17:32:56
인의무의/인이무의. 인이무례/인의무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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