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스스로 취한 것이고, 여색은 스스로 미혹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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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스스로 취한 것이고, 여색은 스스로 미혹된 것이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4.26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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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원 신윤복의 ‘기방난투’. <간송미술관 소장>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㉑

[한정주=역사평론가] 酒不醉人(주부취인)이요 人自醉(인자취)라 色不迷人(색불미인)이요 人自迷(인자미)니라.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여색이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다.)

주색(酒色), 곧 술과 여색이 지나치면 일신을 망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라면 모든 사람이 술에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색이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라면 모든 사람이 여색에 미혹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술에 취해 일신을 망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술을 마셔도 일신을 잘 보존한다. 그렇다면 술이 사람을 망치는 원인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술에 취해 일신을 망친다고 하겠다.

마찬가지 이치로 어떤 사람은 여색에 미혹되어 일신을 망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여색을 취해도 일신을 잘 보존한다. 그렇다면 여색이 사람을 망치는 원인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여색에 미혹되어 일신을 망친다고 하겠다.

만약 사람이 살면서 술과 여색을 완벽하게 멀리할 수 없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술과 여색을 대해야 술에 스스로 취하거나 여색에 스스로 미혹되어 일신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청(淸)나라 초기 때 문인 장조(張潮)가 지은 『유몽영(幽夢影)』에 실려 있는 격언은 되새겨볼 만하다.

酒可好(주가호) 不可罵座(불가매좌) 술을 좋아해도 술좌석의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고
色可好(색가호) 不可傷生(불가상생) 여색을 좋아해도 자신의 삶을 상하게 하지 않고
財可好(재가호) 不可昧心(불가매심) 재물을 좋아해도 마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氣可好(기가호) 不可越理(불가월리) 권세를 좋아해도 도리를 넘지 않는다

술에 스스로 취해 다른 사람과 다툼이 잦다보면 반드시 일신을 망치게 될 것이고, 여색에 스스로 미혹되어 삶을 상하게 되면 반드시 일신을 망치게 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의 술과 여색에 경계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즉 술을 마신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어 다툴 정도로 마셔서는 안 되고 여색을 취한다고 해도 자신의 삶을 상하게 할 정도로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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