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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활력은 유지·열매는 공평한 새로운 경제시스템’…『보살핌의 경제학』
심양우 기자  |  syw@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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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09: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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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실험사회심리학자인 대니얼 뱃슨은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서양의 통념을 반박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하며 남을 도우려는 이타적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시킨다. 실험 결과 공감에 따른 염려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리히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에른스트 페르는 ‘사회적 딜레마’ 실험을 통해 인간이 타인의 행복을 염려하고 낯선 사람에게도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또한 사회적 딜레마 실험에 ‘이타적 징벌’이라는 요인을 추가해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해서라도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사람을 제재하고자 하며, 이러한 이타적 징벌이 작용할 경우 사람들이 좀 더 사회 친화적으로 행동한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런던정치경제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 리처드 레이어드는 과거에 비해 소득이나 삶의 질이 높아졌음에도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 ‘비교’하는 태도를 꼽는다. 어떤 사람이 부유해지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해지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처드 레이어드는 현대 경제 이론을 정립한 애덤 스미스는 협력과 경쟁 둘 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경제 이론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간에도 경쟁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며 경제학이 ‘음울한 학문’으로 불리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신간 『보살핌의 경제학』(나무의마음)은 지난 2010년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를 주제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의 주요 발표와 핵심 토론 내용을 담고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대가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지금의 경제 시스템과 모든 경제 활동을 개인 차원에서는 물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재검토했다.

경제학자와 심리학자, 뇌과학자, 인류학자, 금융인, 사회적 기업가, 전문 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그 핵심 키워드가 바로 ‘보살핌의 경제학’이었다.

저자들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보살핌의 경제란 바로 이타심이다. 사람들은 이기심만큼이나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고, 이타주의를 배우고 기를 수 있으며, 경제 정책과 경제 활동을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전제돼 있다.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멀지 않으며,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자비를 베푸는 것은 결코 경쟁력이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경제적이고 과학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입증된 미래지향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달라이 라마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 분야에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지평이 넓어져야 합니다.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폭넓게 살피고,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공평한 분배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제학에도 윤리 의식과 자비심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제학도 결국은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문이며, 근본적으로는 개개인의 행복을 확대하고 고통은 줄이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당부처럼 이 책은 경제 시스템에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 서로를 좀 더 보살피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의 등장을 요구하는 것이 전 세계적 흐름이다. 자비와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공동체를 이롭게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세대와 생태계를 보살피는 그런 경제 시스템을 원한다. 행복의 근원은 다양하며 너와 나와 그들의 구분 없이 우리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포함해 공공재가 충분히 제공되는 세상을 만들려면 순수한 이타심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오레곤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윌리엄(빌) 하버는 모든 사람이 이타심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정적 이타심’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정적 이타심은 정부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말한다. 순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직접 도움을 줘야만 그런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공재에 기여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위스콘신대학 매디슨 캠퍼스 건강한 마음 연구센터 대표인 존 던은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을 자비심과 이타심을 기르는 중요한 요소로 설명한다. 또한 경제 교환을 하거나 손익분기점을 따질 때 내적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불교 경제학 개념을 소개한다.

비즈니스 거래를 할 때 화를 내면 더 많은 이익을 거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화를 낼 경우 내적 자원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내적 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이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내적 자원’을 고려할 경우 경제 교환에서 윈-윈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이익추구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저절로 효율성을 이끌어낸다고 믿는 근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경제시스템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이 책은 “시장이 지닌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그 열매를 좀 더 공평하게 나누려 애쓰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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