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 구슬 아끼지 말고 한 치 짧은 시간 아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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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 구슬 아끼지 말고 한 치 짧은 시간 아껴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5.15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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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㉗
▲ 홍수를 다스리는 치수(治水)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우왕.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㉗

[한정주=역사평론가] 尺璧非寶(척벽비보)요 寸陰是競(촌음시경)하라.

(한 자 되는 구슬이 귀하게 여길 보배가 아니라 한 치의 짧은 시간을 다투어 아껴야 한다.)

이 구절은 『천자문』의 서른 번째 문장인 “尺璧非寶(척벽비보)요 寸陰是競(촌음시경)하라”와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비록 <명심보감 인문학>보다 먼저 출간된 『천자문 인문학』(다산초당)과 중복되기는 하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는 의미에서 그곳에 실려 있는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우왕이 홍수를 다스리는 치수(治水)사업을 성공한 공적으로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하나라를 세운 사실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왕은 치수사업을 잘못했다는 죄목으로 순임금이 귀양을 보내 비참하게 최후를 맞은 곤(鯤)의 아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요임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강의 범람으로 천하가 물바다가 되자 요임금은 곤에게 물을 다스리는 치수의 책임을 맡겼다. 그러나 9년이 지나도록 곤은 물을 다스리지 못했다.

요임금을 대신해 천하를 다스리게 된 순임금은 결국 곤에게 치수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우산(羽山)이라는 곳으로 귀양을 보냈다. 곤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때 순임금은 곤의 아들인 훗날의 우왕에게 사공(司空: 고대 중국의 관직명)의 벼슬을 내리고 치수 사업을 완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버지가 치수에 실패해 귀양 가 죽은 마당에 치수의 책임자가 된 우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우는 촌음(寸陰)을 아껴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오로지 치수에만 매달렸다. 그는 산과 고개에 올라 말뚝을 박고, 이것을 표식으로 삼아 높은 산과 큰 강을 측량하였다. 그는 땅에서는 수레를, 물 위에서는 배를, 늪에서는 특수한 썰매를 제작해 타고, 높은 산을 오를 때는 징을 박은 나막신을 신으면서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내 구주(九州)의 땅을 개척하고 아홉 개의 큰 물길을 내고 제방을 쌓아 아홉 개의 큰 호수를 수리하고 또한 아홉 개의 큰 산을 뚫어 치수에 성공했다. 이 치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우왕은 13년 동안 자신의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尺璧非寶(척벽비보)요 寸陰是競(촌음시경)하라”, 곧 “한 자 되는 구슬이 귀하게 여길 보배가 아니라 한 치의 짧은 시간을 다투어 아껴야 한다”는 말은 우왕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한 치의 짧은 시간을 다투고 아껴서 홍수를 다스리는 치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왕이 이룬 치수는 당시 천하에 미친 은택(恩澤)으로 보자면, 그 어떤 보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가치를 지닌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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