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은 사람의 영욕(榮辱)을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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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은 사람의 영욕(榮辱)을 주관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5.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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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㉛
▲ 진영공(陣靈公)과 진(陣)나라를 몰락시킨 하희(夏姬).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㉛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日月(일월)이 雖明(수명)이나 不照覆盆之下(부조복분지하)하고 刀刃(도인)이 雖快(수쾌)나 不斬無罪之人(불참무죄지인)하고 非災橫禍(비재횡화)는 不入愼家之門(불입신가지문)이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해와 달이 비록 밝다고 해도 엎어 놓은 항아리 밑을 비추지 못하고, 칼날이 비록 날카롭다고 해도 죄 없는 사람을 벨 수 없고, 천재지변이 아닌 뜻밖의 재앙이라고 해도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집안의 문에는 들어오지 못한다.”)

유향이 저술한 『설원』 <군도(君道)> 편을 보면 춘추시대 진(陳)나라의 제후 영공(靈公)이 음란하고 포악하며 괴벽한 행동을 하고 이치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하자 대부 설야(泄冶)가 나서서 간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설야는 『주역』 <계사 상>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자기 집에 있을 때 그 하는 말과 행동이 선(善)하면 천 리 밖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호응하는 마음을 갖게 마련입니다. 천 리 밖 사람들도 호응하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반면 사람이 자기 집에 있을 때 그 하는 말과 행동이 악(惡)하면 천 리 밖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사람도 거스르는 마음을 갖게 마련입니다. 천 리 밖 사람들도 거스르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말이란 자신의 입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이란 가까운 곳에서 나와 먼 곳에서 나타납니다. 말과 행동이야말로 사람의 영욕(榮辱)을 주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과 행동은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께서는 악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거스르는 마음을 갖게 하고 있으니 장차 망할 징조입니다.”

그런데 영공은 설야의 말을 듣고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말이 요사스럽고 망령스럽다면서 살해했다. 그 후 영공의 음란 방탕한 말과 행동은 더욱 극에 달했다. 영공은 자신의 신하 공녕·의행보와 더불어 하희(夏姬)와 간통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어느 날 영공은 두 신하를 거느리고 하희의 집에 놀러가 술을 마셨다. 이때 영공은 하희의 아들 하징서가 의행보를 닮았다고 장난을 쳤고, 의행보는 하징서가 자신도 닮았지만 영공도 닮았다고 희롱했다.

그런데 자신을 두고 장난치며 희롱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하징서는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영공이 집에서 나올 때 마구간에서 활을 쏴 죽여 버렸다. 갑작스럽게 죽임을 당한 영공의 입장에서 보면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죽음이었겠지만 일찍이 말과 행동을 두려워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장차 일신을 망치게 될 것이라는 설야의 간언으로 보자면 영공의 비참한 죽음은 오래전에 이미 예고된 최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려워하고 조심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인가. 이에 대해서는『설원』 <경신> 편에 나오는 ‘일신을 보존하려면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말과 행동의 다섯 가지 근본’을 참고할 만하다.

첫째 그 말과 행동이 부드러우면서 어질어야 한다. 둘째 그 말과 행동이 성실하면서 신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부유하고 존귀하다고 해도 그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그 말과 행동이 공경하고 공손하면서 또한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 다섯째 그 말과 행동이 너그러우면서 조용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것은 그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공경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공경으로 대하면 다른 사람도 나를 공경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귀하게 대하면 다른 사람도 나를 귀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공경함과 겸손함으로 자신의 뜻을 이룬다. 또한 비록 소인이라고 해도 공경하고 겸손하다면 형벌과 재앙을 모면할 수 있다.

‘말과 행동의 다섯 가지 근본’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행한다면 뜻밖의 재앙을 만나더라도 자신과 집안을 망치게 되는 불운은 그나마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이 『설원』을 저술한 유향의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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