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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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수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5.3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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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㉜

[한정주=역사평론가] 遠水(원수)는 不救近火(불구근화)요 遠親(원친)은 不如近隣(불여근린)이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은 가까이 사는 이웃만 못하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문구는 『한비자』 <설림 상(說林上)> 편에서 그 원전을 찾아볼 수 있다.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는 동쪽으로 이웃하고 있는 강국 제나라의 위협 때문에 항상 존망의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목공(穆公)은 제나라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강국인 진(晋)나라와 초(楚)나라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아들들을 보내 그 나라에서 벼슬하며 왕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했다.

목공은 그렇게 하면 제나라가 침략할 경우 진나라와 초나라가 원군을 보내 노나라를 구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서(犂鉏)라는 신하가 나서서 목공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간언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들이 물에 빠지자 멀리 떨어져 있는 월(越)나라 사람을 불러다가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이 아무리 헤엄을 잘 친다고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오는 동안 그 아들은 물에 빠져 죽고 말 것입니다.

또한 만약 집에 불이 났을 때 멀리 떨어져 있는 발해(渤海)의 바닷물을 끌어다가 불을 끄려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바닷물이라고 해도 그것을 끌어오는 동안 집은 다 불타고 말 것입니다. 이렇듯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하는 법입니다(遠水不救近火).’

진나라와 초나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우리 노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위협인 제나라의 공격을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나라와 초나라는 우리 노나라의 근심을 해결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遠水(원수) 不救近火(불구근화) 遠親(원친) 不如近隣(불여근린)”이라는 말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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