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지닌 작은 재주가 비옥한 전답 수만 평보다 더 낫다”
상태바
“몸에 지닌 작은 재주가 비옥한 전답 수만 평보다 더 낫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6.03 0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㉝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㉝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良田萬頃(양전만경)이라도 不如薄藝隨身(불여박예수신)이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비옥한 전답이 수만 평이라도 몸에 지니고 있는 하찮은 재주만 못하다.”)

재물이란 정해진 주인이 없는 법이다.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저 사람에게서 이 사람에게로 옮겨 다니는 것이 재물의 이치이다. 토지와 금전은 내가 갖고 있을 때는 나의 소유이지만 나를 떠나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더 이상 나의 소유가 아니다.

반면 아무리 작은 재주라고 해도 내가 지니고 있는 재주는 죽을 때까지 나의 소유이다. 이러한 까닭에 비옥한 전답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작은 재주가 더 낫다고 한 것이다.

특히 ‘몸에 지닌 하찮은 재주가 비옥한 전답 수만 평보다 더 낫다’는 여기 태공의 말은 고대 중국 부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마천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데에는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고, 공업은 상업보다 못하다고 했다. 그리고 부자가 된 사람을 살펴보면 대개 작은 재주를 지니고도 기이한 방법을 사용해 큰 재물을 모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칼을 가는 재주는 하찮은 기술이지만 질씨(郅氏)라는 사람은 제후들 못지않은 호사를 누렸고, 양의 위를 삶은 다음 말려 파는 재주는 남에게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보잘 것 없는 일지만 탁씨(濁氏)라는 사람은 기마행렬을 거느리고 다닐 정도로 큰 부자가 되었다고 했다.

더욱이 옹낙성(雍樂成)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천한 일로 부자가 되었고, 여자들이 화장할 때 사용하는 연지(臙脂)를 파는 수치스러운 일로 옹백(雍伯)은 천금의 재물을 쌓았고, 장리(張里)는 말의 병을 치료하는 하찮은 의술로 노비를 부릴 만큼 큰 재물을 모았다고 했다.

심지어 사마천은 나쁜 짓이라고 할 수 있는 도박으로 부자가 된 환발(桓發)과 무덤을 도굴해 보물을 훔쳐서 부자가 된 전숙(田叔)조차 모두 남들과 다른 한 가지 재주를 지녀서 거부의 반열에 오른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마천이 <화식열전>에서 고대 중국의 부자들을 분석한 다음 내놓은 부(富)의 비결이자 이치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하찮고, 부끄럽고, 보잘 것 없고, 천하고, 수치스럽고,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재주나 기예를 지니고 있다면 평생 굶어죽을 염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큰 재물을 모으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