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일부터 신진작가 박신영·김라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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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20일부터 신진작가 박신영·김라연 개인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06.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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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19 OCI YOUNG CREATIVES’에 선정된 박신영 작가와 김라연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OCI 미술관 1층에는 박신영 개인전 ‘출구 없는 도로에서’가, 2층에는 김라연 개인전 ‘희망 상회’가 전시된다.

박신영 작가는 본인에게 익숙한 대중문화적 코드를 회화적 기법과 구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린 톤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회화는 로봇·미사일·위성 안테나·비밀 기지 등의 소재가 불쑥불쑥 등장해 공상과학 영화나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 폐기물 처리장 2019 oil on canvas 215x300cm.

어디에선가 본 듯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지만 딱 꼬집어 ‘이것’이라고 원본을 찾을 수 없는 그의 작업은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불안감과 적막함으로 팽배하다. 불의의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인 양 긴장감이 흐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작가가 지닌 현실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인만큼이나 불확실한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 도시의 삶도 ‘생존’한다는 의미에서는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작가의 생각은 자신의 그림을 ‘사실적 풍경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계를 굽어보며 때로는 그림 속 등장인물에 본인을 투영하고 동일시하며 자신만의 전술을 화폭 위에 펼쳐낸다. 강한 색감의 대비, 인상적인 붓의 스트로크, 가까이에서는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뭉그러진 형상 등 얼핏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림일지라도 화가의 치밀한 전략과 계산이 담겨있다.

‘출구 없는 도로에서’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박신영은 하염없이 움직이면서도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도시인의 막막함을 젊은 상상력으로 표출한다.

실재와 허구 사이에 창작의 레이어를 중첩해 고유한 우주를 구축하는 그의 그림 속에서 관객 역시 주인공이 돼 저마다의 은신처와 갈림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 어느 산을 기억하다, 2019, oil on canvas, 130x176.5cm.

섬세한 필치로 도시 표면의 변화를 그려온 김라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도시의 면면을 관찰하고 화폭으로 옮겼다.

‘희망 상회’는 살던 사람은 이미 떠나버린 빈집에 미래를 꿈꾸는 단어 ‘희망’과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용어 ‘상점’이란 두 단어가 나란히 적힌 것이 무상한 세월의 흐름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아 작가의 뇌리에 남아있다가 탄생하게 된 작업이다.

재개발 공사로 건물이 허물어진 자리에서 비로소 얼굴을 내민 빈 땅, 드러난 맨땅을 훑으며 어느 샌가 무성하게 자라나 숲을 이루는 식물, 쓰던 사람은 사라져도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의연하게 빛을 받는 사물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묵묵하게 삶을 이어 가는 것들이다.

한때 존재했으나 곧 사라져버릴 헐벗은 사물과 장소를 화폭으로 옮기며 우리 시대를, 그 일상의 잔잔한 소요를 침착하게 마주한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것을 막을 수야 없겠지만 마음을 다해 그릴 수는 있으니 붓을 들어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나지막이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보듬는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작가의 시선으로 풍경이 걸러지고 머릿속의 상상이 더해져 어디에도 없는 미지의 세계가 표현된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이 지워진 고즈넉한 풍경은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희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급변하는 사회에 대해 성급한 분노를 쏟아내는 대신 김라연 작가는 자신의 자리에서 오늘을 기록한다.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며 저 먼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OCI YOUNG CREATIVES는 한국 국적의 만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연례 프로그램이다.

매년 여름 공개 모집을 통해 지원받고 있으며 OCI미술관 학예팀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3차례 이상의 엄중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선발된 작가에게는 1인당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OCI미술관에서 개인전 개최의 기회가 제공된다.

이외에도 OCI미술관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 전문가와의 1:1 비평 매칭, 리플렛 제작, 온·오프라인 대외 홍보, 작가와의대화를 비롯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OCI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원받게 된다.

평균 50~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OCI YOUNG CREATIVES는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며 지금까지 총 67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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