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마초 때문에 죽은 사람 있는가”…대마 백과사전 『올 어바웃 카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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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마초 때문에 죽은 사람 있는가”…대마 백과사전 『올 어바웃 카나비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06.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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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부터 전 세계인이 사용한 대마가 국내에서 아직까지 금지된 이유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 줄리 홀랜드와 앤드류 웨일 등이 집필한 대마 백과사전 『올 어바웃 카나비스』가 번역 출간됐다. 원제는 『THE POT BOOK』이다.

도서출판 세상의아침은 지난해 대마초의 약리적 작용을 내용으로 하는 『대마초 약국』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마의 다양한 약리 작용에 관한 분석에 머물지 않고 역사, 문화, 정치적 논쟁까지 다루었다.

흔히 대마초는 담배와 공공연히 비교되곤 한다. 나프탈렌, 아세트알데히드, 암모니아를 포함한 일부 자극물은 담배 연기보다 대마초 연기에 훨씬 더 집중돼 있다. 또한 많은 대마초 사용자들이 연기를 더 깊게 흡입하고 호흡을 길게 함으로써 독소가 폐 조직에 침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마초 흡연이 폐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로 활용되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존 모건 박사는 지속적으로 “그래서 대마초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는냐”고 묻는다. 즉 대마초가 이같은 끔찍한 문제를 야기한다면 대마초에 의한 폐 손상의 사례는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여러 연구에 의하면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의 폐암 증가 비율은 담배와 달리 확연하지 않다. 예를 들어 연구진이 술과 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표본으로 6만4000명 이상의 환자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서 많은 유형의 암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1000명이 넘는 폐암 또는 상부 기관지암 환자를 대조군으로 표준 대조 사례를 연구한 결과 대마초 사용과 경구, 후두 또는 폐암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도 보여 주었다.

역학 연구에 대한 대규모 검토에서도 대마초 사용과 폐암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즉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마초 흡연자는 대마초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대마초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이 낮다는 사실은 대마초 연기와 담배 연기의 유사점을 고려할 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마초 연기에는 카나비노이드가 포함돼 있지만 니코틴은 함유돼 있지 않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이 들어 있지만 카나비노이드는 함유돼 있지 않다.

폐 세포에서 니코틴의 활성은 실제로 암의 발병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반면 카나비노이드는 이러한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관련 프로세스는 복잡하지만 호흡기 조직에는 많은 니코틴 수용체가 있지만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는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마초 연기와 담배 연기 사이에는 많은 유사성에도 가장 주요한 차이점은 잠재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성분의 유무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문화 속에서 사용돼 온 대마가 아직도 우리 약상자에 없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1942년 미국의학협회(AMA)는 대마를 미국 약전에 포함시키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많은 증상에 대마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였던 오랜 역사에도 AMA는 패했으며 대마는 금지됐다. 그 후 70년 동안 대마 약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는 퇴보했다.

오늘날에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과 카나비노이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대마의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는 늘어나고 있다.

임상 조사에서도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흔한 질병이 잘못된 식이요법이나 무활동으로 인한 대사성 장애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대마에 신진대사를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돕는 강력한 항상성 조절자가 있다는 증거 또한 수집되기 시작했다.

대마의 구성 성분들은 신체 내의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과 상호작용해 식욕이나 기분 조절, 통증 인식과 같은 모든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 게재된 각종 증거들 덕분에 의약품으로서 대마의 유용성과 가치는 한층 더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대마초는 여전히 불법 약물이다. 그러나 대마가 왜 불법 약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금기시돼 왔다. 출판사측은 이 책을 통해 대마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마 불법화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지기 바라고 있다.

책에는 기독교인의 어원이 되는 ‘기름부은 이(그리스도인)’의 ‘기름’이 바로 대마씨 기름이라는 사실을 어원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대마 약효의 탈습관화 현상이 인류의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과 대마 불법화의 근저에 깔린 자본의 정치적 논리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제시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마초의 중독성이 어느 정도인지, 자동차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알코올과 달리 대마초는 운전자의 운동신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대마초가 운전에 끼치는 영향 등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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