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의 집안에 있는 열 가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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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의 집안에 있는 열 가지 도둑”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7.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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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⑪
혜원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
혜원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

[한정주=역사평론가] 武王曰(무왕왈) 何謂十盜(하위십도)닛고 太公曰(태공왈) 時熟不收(시숙불수)가 爲一盜(위일도)요 收積不了(수적불료)가 爲二盜(위이도)요 無事燃燈寢睡(무사연등침수)가 爲三盜(위삼도)요 慵懶不耕(용라불경)이 爲四盜(위사도)요 不施功力(불시공력)이 爲五盜(위오도)요 專行巧害(전행교해)가 爲六盜(위육도)요 養女太多(양녀태다)가 爲七盜(위칠도)요 晝眠懶起(주면라기)가 爲八盜(위팔도)요 貪酒嗜慾(탐주기욕)이 爲九盜(위구도)요 强行嫉妬(강행질투)가 爲十盜(위십도)니이다.

무왕이 말하였다. “열 가지 도둑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태공이 말하였다. “곡식이 무르익어서 거둘 때가 되었는데도 수확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도둑입니다. 수확한 곡식을 쌓아두는 일을 끝마치지 않은 것이 두 번째 도둑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등불을 밝혀놓은 채 잠이 드는 것이 세 번째 도둑입니다. 게을러서 전답을 경작하지 않은 것이 네 번째 도둑입니다. 공력(功力)을 다해 일하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도둑입니다. 오직 교활하고 해로운 일만 일삼는 것이 여섯 번째 도둑입니다. 딸을 너무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 일곱 번째 도둑입니다. 낮에는 잠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이 여덟 번째 도둑입니다. 술을 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즐기는 욕심이 아홉 번째 도둑입니다. 다른 사람을 심하게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이 열 번째 도둑입니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의 집안에 열 가지 도둑’이 있는 것처럼 태공은 『육도삼략』에서 ‘경제가 빈곤하고 정치가 어지러운 나라 안에는 여섯 가지 도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태공의 말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무왕과 태공의 질문과 답변 이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무왕의 아버지 문왕이 살아 있을 때 태공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공이 말한 ‘여섯 가지 도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첫 번째 도적은 신하 가운데 거대한 저택을 짓고 정원을 만들어서 춤과 음악에 흠뻑 빠져 지내며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다. 두 번째 도적은 백성 가운데 농사와 양잠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혈기를 믿고 협객 노릇을 하면서 나라의 법률과 금령(禁令)을 거스르고 관리의 교화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다.

세 번째 도적은 신하 가운데 붕당(朋黨)을 결성해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을 배척하고 군주의 밝은 안목을 가로막는 사람이다. 네 번째 도적은 선비 가운데 자신의 뜻과 고상한 절개만 내세우고 기운을 뽐내며 세력을 키우고 제멋대로 외국의 제후와 교제를 맺으며 나라의 임금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다.

다섯 번째 도적은 신하 가운데 관작(官爵)과 지위를 가벼이 여기고 나랏일을 하는 관리를 천하게 생각하며 임금을 위해 충성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다. 여섯 번째 도적은 호족(豪族) 가운데 강력한 세력을 갖추고 가난하거나 힘이 없는 백성들을 침탈하거나 능욕하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임금의 힘을 손상시키고 백성의 생업(生業)을 해치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고 법률과 금령을 무너뜨린다. 그러한 방식으로 나라의 경제를 망가뜨리고 정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나라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심보감』에서 태공이 말하고 있는 ‘집안에 있는 열 가지 도둑’이나 『육도삼략』에서 태공이 말하고 있는 ‘나라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적’을 읽어보면 분명 요즘 시대와 전혀 맞지 않거나 수긍하기 곤란한 내용도 있다.

예를 들면 “딸을 너무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 일곱 번째 도둑”이라고 한 대목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특히 『안씨가훈』의 저자 안지추는 일찍이 태공의 이 말에 대해 “세상사람 중에는 딸을 낳으면 기르지 않고 해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이러한 짓을 하고도 하늘에 복을 달라고 바라는가?”라면서 비판했다.

이렇듯 태공의 말에는 인륜을 저버리고 시대에 맞지 않는 대목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태공의 말은 오늘날에도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가치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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