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사랑하는 것을 마치 처자식 사랑하는 것처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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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사랑하는 것을 마치 처자식 사랑하는 것처럼 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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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事君(사군)을 如事親(여사친)하고 事官(사관)을 長如事兄(장여사형)하며 與同僚(여동료)를 如家人(여가인)하고 待群吏(대군리)를 如奴僕(여노복)하며 愛百姓(애백성)을 如妻子(여처자)하고 處官事(처관사)를 如家事然後(여가사연후)에 能盡吾之心(능진오지심)이니 如有毫末不至(여유호말부지)면 皆吾心(개오심)에 有所未盡也(유소미진야)니라.

(임금을 섬기는 것을 마치 부모를 섬기는 것처럼 하고, 윗사람 섬기는 것을 마치 형을 섬기는 것처럼 하며, 동료와 더불어 지내는 것을 마치 집안의 가족과 지내는 것처럼 하고, 아랫사람인 여러 관리들을 대할 때는 마치 집안의 노복(奴僕)을 대하는 것처럼 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것을 마치 처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고, 관청의 일을 처리할 때는 마치 자신의 집안일처럼 처리한 다음에야 나의 마음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여기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아직 내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 구절 역시 여본중의 『동몽훈』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 중 하나이다. 특히 이 구절은 나라 일을 할 때는 무엇보다 ‘공경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명심보감』을 비롯한 온갖 옛 책 속에서 사람에게 공경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이토록 강조하는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까닭에 여본중은 『동몽훈』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가 백성을 대할 때는 마치 자신의 처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백성을 사랑해야 하고, 나라 일을 하는 관리가 나라 일을 처리할 때는 마치 자신의 집안일을 할 때 지니는 마음처럼 나라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특히 당태종이 『정관정요』 <논군도(論君道)> 편에서 말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군주의 도리’를 살펴보면 『동몽훈』에서 언급하고 있는 관직에 있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공경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이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병을 치료하는 일은 결코 다르지 않다. 병자는 병이 치료되었을 때 더욱 정성을 다해 건강을 돌보야 한다. 만약 병이 다 나았다고 안심하고 병들었을 때 지켰던 여러 가지 금지 사항들을 곧바로 깨버린다면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이 잠시 편안하게 다스려질 때일수록 더욱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경계해야 한다. 만약 경솔하게 자만하고 방자하게 행동한다면 반드시 일신을 망치고 나라는 멸망에 이르게 말 것이다.”

정명도 역시 고을 백성을 다스리는 현령(縣令)이 되었을 때 자신이 앉은 자리마다 ‘시민여상(視民如傷)’이라는 네 글자를 써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호(顥: 정명도의 이름)는 항상 ‘백성을 바라볼 때 마치 상처 입은 병자를 바라보듯이 하라’는 뜻의 이 ‘시민여상(視民如傷)’ 네 글자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낀다.”

만약 사람이 처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사랑과 공경을 다하고 병자를 돌보는 마음처럼 정성을 다한다면 어떤 사람이 진심으로 순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진심으로 순종하는데 어떻게 나라와 백성이 잘 다스려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속에 자신의 안락(安樂), 즉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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