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공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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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공경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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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5강 치가편(治家篇)…집안을 다스려라③
극결의 아내는 들녘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음식을 내갈 때 마치 귀한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공경했다고 한다.
극결의 아내는 들녘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음식을 내갈 때 마치 귀한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공경했다고 한다.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痴人(치인)은 畏婦(외부)하고 賢女(현녀)는 敬夫(경부)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공경한다.”)

다시 『가범』을 살펴보면 사마광은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의 가장 큰 폐단은 바로 ‘육친(六親)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육친(六親)’이란 부모, 자식, 형제자매 그리고 일가친척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마광의 말은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반드시 부모나 자식 또는 형제자매 나아가 일가친척을 해치거나 상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사마광은 진(晉)나라 혜제(惠帝)와 가후(賈后) 그리고 당(唐)나라 숙종(肅宗)과 장후(張后)의 고사를 예로 들면서 사나운 아내를 두려워해 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위로는 자신의 어버이를 돌보지 못하고 아래로는 자신의 자식을 지키지 못한 어리석음을 힐책하고 질타했다.

특히 사마광은 교만하고 방종하고 사나워서 집안의 예의와 예법을 함부로 거스르는 아내는 반드시 먼저 타이르고 가르치고 격려하여 바른 곳으로 이끌되 만약 끝내 순종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집안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집안의 예의와 예법을 제멋대로 거스르면서 끝내 따르지 않는 아내를 그대로 두는 것은 ‘불의(不義)한 일’이고 집안에서 내쫓는 것은 ‘의(義)로운 일’이라는 것이 사마광의 주장이다.

반면 사마광은 ‘아내의 여섯 가지 덕’을 거론하면서 다섯 번째로 ‘공근(恭勤)’, 즉 ‘공경함’과 ‘근면함’을 꼽았다.

또한 사마광은 이렇게 말한다. “경순지도(敬順之道) 부인지대례야(婦人之大禮也).” 풀이하면 “공경하고 순종하는 도리는 부인의 가장 중대한 예절이다”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사마광은 공경하고 순종하는 도리를 잘 지킨 대표적인 사례로 극결(郤缺)과 양홍(梁鴻)의 아내를 소개한다.

먼저 극결의 아내는 들녘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음식을 내갈 때 마치 귀한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공경했다고 한다. 또한 양홍의 아내는 남편에게 음식을 올릴 때 밥상을 자신의 눈썹에 맞추어서 올렸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의 고사를 통해 사마광은 자손들에게 ‘故之賢婦未有不恭其夫者也(고지현부미유불공기부자야)’, 곧 ‘옛날의 현명한 부인들은 자신의 남편을 공경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가르치려고 했다.

그렇다면 사마광은 부인에게만 일방적으로 남편을 공경해야 한다고 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현명한 아내의 사례로 극결의 아내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극결 또한 아내와 마찬가지로 마치 귀한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아내를 공경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 부부의 모습을 지켜본 진(晉)나라의 대부 구계(臼季)는 자신이 섬기던 문공(文公)에게 극결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경하는 태도는 안으로 덕이 모여서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경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이 있으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임금께서는 극결을 등용하면 크게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문공은 구계의 천거를 받아들여 극결을 등용했다. 극결은 진나라에서 크게 이름을 얻고 경대부(卿大夫)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그것은 남편을 공경하는 아내의 현명함과 아내를 공경하는 남편의 덕스러움이 가져다 준 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가 남편을 공경하는 것 못지않게 남편이 아내를 공경하는 것이야말로 집안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가장 큰 덕목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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