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할 때 재물을 따지는 것은 인륜의 법도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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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할 때 재물을 따지는 것은 인륜의 법도에 맞지 않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9.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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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5강 치가편(治家篇)…집안을 다스려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文仲子曰(문중자왈) 婚娶而論財(혼취이논재)는 夷虜之道也(이로지도야)니라.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할 때 재물을 따지는 것은 오랑캐의 도리이다.)

문중자는 수나라 대 학자 왕통(王通)의 시호(諡號)이다. 왕통은 어렸을 때부터 지혜가 뛰어나고 재주가 탁월했다고 전한다.

특히 시(詩)·서(書)·예(禮)·역(易)의 학문에 두루 밝았던 왕통은 제자를 기르고 가르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 때문에 그의 문하에서는 당나라 초기 태종의 태평치세를 떠받쳤던 이정(李靖), 위징(魏徵), 방현령(房玄齡) 등과 같은 걸출한 인물이 다수 배출되었다.

또한 왕통은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등왕각서’의 저자인 당나라의 유명 시인 왕발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왕통은 제자 양성과 자손 교육에 모두 성공한 인물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문중자(왕통)의 말은 『소학』 <가언> 편에도 실려 있다. 그런데 『소학』에는 “婚娶而論財(혼취이논재)는 夷虜之道也(이로지도야)니라”는 말 다음에 다음과 같은 왕통의 말이 더 기록되어 있다.

“古者(고자)에 男女之族(남녀지족)이 各擇德焉(각택덕언)이오 不以財爲禮(불이재위례)하니라.” 풀이하면 “옛날에는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족속에서 각자 상대방의 덕성(德性)을 살펴서 혼인을 맺었다. 재물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 혼인을 맺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혼인을 맺을 때는 재물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덕성을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안씨가훈』을 통해 자식들에게 엄한 훈계를 남긴 안지추는 재물을 따져서 혼인을 맺는 세태는 ‘저잣거리에서 장사치가 하는 물건 거래’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을 통해 재물을 구하는 일은 ‘집안의 자랑’이 아니라 ‘집안의 수치’라고 말했다.

“요즈음 혼인은 딸을 팔아서 집안에 재물을 들이고 비단을 보내서 며느리를 사온다. 심지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재물의 양을 비교해보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집안을 선택해 혼인을 맺는다. 저잣거리의 장사치가 하는 물건 거래와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되면 천박한 사위가 집안에 드나들게 되고 오만한 며느리가 집안을 제멋대로 하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부귀영화를 탐하고 재물의 이로움을 구하다 오히려 스스로 수치를 불러들인 셈이니, 어찌 경계하고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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