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을 나설 때는 귀한 손님 뵙듯이, 방안에 들어갈 때는 사람 있는 듯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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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을 나설 때는 귀한 손님 뵙듯이, 방안에 들어갈 때는 사람 있는 듯 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0.1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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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7강 준례편(遵禮篇)…예절을 따르라⑤
공자(가운데)는 제자 중궁(仲弓: 왼쪽)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仁)’을 구하라고 가르치면서 안연(오른쪽)에게는 자기 자신에게서 ‘인(仁)’을 구하라고 다르게 가르쳤다.
공자(가운데)는 제자 중궁(仲弓: 왼쪽)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仁)’을 구하라고 가르치면서 안연(오른쪽)에게는 자기 자신에게서 ‘인(仁)’을 구하라고 다르게 가르쳤다.

[한정주=역사평론가] 出門如見大賓(출문여견대빈)하고 入室如有人(입실여유인)하라.

(문 밖을 나설 때는 마치 귀한 손님을 뵙는 것처럼 하고, 방 안에 들어갈 때는 마치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라.)

공자의 평생 언행을 기록하고 있는 『논어』나 『공자가어』 등을 읽어보면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각자의 자질과 능력 또는 장점과 단점에 맞게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우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는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대목 역시 공자가 제자 중궁(仲弓)에게 ‘인(仁)’에 대해 가르치면서 한 말의 일부분이다. 어느 날 중궁이 ‘인(仁)’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문 밖을 나설 때는 마치 귀한 손님을 뵙는 것처럼 하고, 방 안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라.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라 안에 있을 때에도 원망이 없게 되고 집 안에 있을 때에도 원망이 없게 될 것이다.”

공경함과 공손함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곧 인(仁)이라는 가르침이다. 중궁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미천한 신분 출신의 제자였다. 그런데 공자는 사람들로부터 말재주가 없다는 비난을 받은 중궁을 가리켜서 “옹(중궁)은 임금의 자리에 앉아 백성을 다스릴 만하다”고까지 극찬했다.

공자가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임금의 재목감이라고 언급한 제자는 중궁이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공자는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나 나라를 다스리는 정사에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지니고 있는 중궁의 장점과 관심사에 맞추어 공경함과 공손함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인(仁)’의 도리와 이치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제자의 자질과 능력 또는 장점과 관심사에 맞춰서 가르침을 준 공자의 교육방법은 중궁 이야기에 바로 앞서 나오는 안연의 이야기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서도 안연은 공자에게 ‘인’에 대해 묻고 있다.

그런데 공자는 중궁에게 말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안연에게 ‘인(仁)’의 도리와 이치를 가르치고 있다.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하루라도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면 천하가 인(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인(仁)을 이루는 것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궁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공경함과 공손함으로 대하는 것이 ‘인(仁)’이 말한 공자가 안연에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 자신에게서 인(仁)을 구해 이루라고 말하고 있다. 중궁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仁)’을 구하라고 가르치면서 안연에게는 자기 자신에게서 ‘인(仁)’을 구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이렇게 가르친 까닭은 무엇인가. 『논어』를 구석구석 뒤져보아도 공자가 자신의 핵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인(仁)’ 자를 들어 “어질다!”고 언급한 제자는 단 한 명 안연뿐이다.

심지어 공자는 “석 달이 지나도록 그 마음이 ‘인(仁)’을 어기지 않는 제자는 안연밖에 없고, 그 밖의 제자들은 겨우 하루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仁)’에 이를 뿐이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해 가장 높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제자 혹은 자신과 같은 수준과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제자로는 안연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인(仁)의 덕목을 실천하는데 가장 상승(上乘)의 수준과 경지는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을 극복하고 인(仁)으로 돌아가 인(仁)을 이루는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지니고 있는 제자는 안연이 유일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수준과 경지는 거의 성인(聖人)에 오를 수 있는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자는 다른 제자에게는 안회와 같은 가르침을 주어도 그 자질과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가르침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반면 안연에게는 더욱 분발하고 힘써 실천하여 자신과 같은 성인의 수준과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인(仁)’에 대한 그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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