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준비로 훌쩍 떠나는 단풍여행…양평 용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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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준비로 훌쩍 떠나는 단풍여행…양평 용문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19.11.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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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④ 아득하게 펼쳐지는 남한강과 첩첩산중 골짜기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지친 삶의 행보를 다시 한 번 자각시키는 힘을 가지는 것이 산행인 듯 하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과정이 아니던가. 걷는다는 것은 훌륭한 수행의 방편인 것이다.

오늘 단풍산행은 간단한 준비로 훌쩍 떠나 걸을 수 있는 양평 용문산(1157m)이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과 만산홍엽이 가을의 깊숙한 속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올 가을 태풍을 이겨낸 단풍은 승전을 자축하듯 울긋불긋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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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에 오르는 길엔 수북하게 덮인 낙엽이 사람의 발길을 타지 않은 평일인 탓인지 가을의 서정을 더해준다. 청아한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산길 위를 사부작사부작 걸으면 마음을 씻어내듯 맑아지며 날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이 새롭다.

서울에서 가까운 용문사엔 사찰만큼이나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1100년, 높이가 42미터, 줄기둘레 11.2미터로 14층 아파트에 버금가는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의 명목이다.

고목이 천연기념물이라는 자그마한 벼슬을 받으면 대접이 달라진다. 출입제한 담장이 쳐지고 연간 수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되며 유급 관리직원이 임명된다. 가지라도 하나 꺾었다간 경을 치르는 법.

[사진=이경구]
통일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호다. [사진=이경구]

용문산(1157m)은 경기도에서 화악산·명지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암릉과 암릉 사이 빼어난 계곡이 있는가 하면 가을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산이다. 서울에서 가까워 당일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등산코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주로 이용되는 등산길은 용문사→용각바위→마당바위(계곡 등산로)→용문산(가십봉)→용문사길(능선 등산로)→용문사로 원점회기 등반을 많이 한다. (약 5시간30분 소요)

산은 인간에게 준 고마운 선물이다.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흘리며 몰입의 즐거움을 한껏 느낀다. 들숨 날숨의 팽팽한 밀땅 그 거친 호흡지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오르면 정상에서의 짜릿한 성취감을 맛본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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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으로 들어간다. 들리는 건 내 발소리뿐. 꺾임새 없이 뻗친 소나무가 신비롭기만 하다. 팥배나무의 붉은 열매와 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도 앙증스럽다. 숲은 거나하게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풍경을 쏟아내고 있다. 혼자 걷는 길에 만나는 가을은 전부가 내 것인 것만 같다.

용문산은 용문사에서 정상까지 비교적 짧지만 험하고 가파른 편이어서 오르기가 간단치 않다. 등산코스의 길옆은 커다란 계곡으로 맑고 시원한 계곡수가 흘러 내려 청량하다. 고도가 높을수록 산속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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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정상 가섭봉은 1157m. 중간에 마당바위가 있다. 마당바위 이후로는 계곡을 벗어나 산 사면을 타고 가파르게 오른다.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바위와 너덜길의 연속이다. 힘이 드는 산길이다. 어느새 등골에 땀이 흐르고 김이 난다. 가파른 계단을 지나 능선 전망바위에 서면 남한강과 양평 첩첩산중 골짜기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산길은 거칠며 된비알이 많아 고생스런 오름으로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에서 조망되는 용문산은 산세가 웅장하며 크고 묵직한 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방팔방 타는 듯한 화사함으로 현혹되며 산봉우리들이 첩첩으로 끝없이 이어져 부드럽게 조망되는 파노라마 풍경이 시원스레 확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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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객이 잠시 쉬어가는 마당바위. [사진=이경구]

정상에서 간단한 식사 후 서둘러 하산 길에 접어든다. 등에 땀이 식으니 한기도 느껴진다. 올라온 만큼 또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길엔 거친 돌이 많아 산행 시간도 길어지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군 시절 유격훈련이 연상된다.

긴 산행 길, 출발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그 길이 항상 평온하지만 않듯이 산길·인생길 또한 한결 같이 않음을 느끼며 가파른 산자락에서 빠져나와 배낭을 내려놓는다. 땀방울의 양만큼 비례해 기분도 상쾌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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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너는 등정주의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나는 등로주의자.”
- 천양희 ‘등산과 입산 중’에서 -

[사진=이경구]
용문산 가섭봉(1157m) 정상석과 은행나무 조형물.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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