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중은 사람을 오래 사귀어도 공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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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중은 사람을 오래 사귀어도 공경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1.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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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9강 교우편(交友篇)…친구를 잘 사귀어라③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550여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유독 큰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은 안영이었다.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550여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유독 큰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은 안영이었다.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왈) 晏平仲(안평중)은 善與人交(선여인교)로다 久而敬之(구이경지)온여.

(공자가 말하였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귐이 훌륭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경했다.)

안평중은 환공을 최초의 패자(覇者)로 만든 관중이 죽은 이후 등장한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晏嬰)을 말한다. 평중은 그의 자(字)다.

안영은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등 내리 세 임금(제후)을 섬기면서 관중의 죽음 이후 정치적 혼란과 권력 투쟁으로 쇠약의 길을 걷던 제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제2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안영은 공자와 시대를 함께 했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안영은 공자보다 30년 윗세대이다. 오늘날에야 공자는 위대한 성현으로 대접을 받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반면 안영은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공자의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안영은 춘추시대 최강대국 제나라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명재상으로 천하를 뒤흔드는 명성을 누린 반면 공자는 약소국 노나라의 지식인으로 ‘상갓집 개’니 혹은 ‘되지도 않을 일만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혹평과 조롱을 샀던 만큼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안영의 수치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어쨌든 안영의 제나라와 공자의 노나라는 중국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였다. 때문에 안영과 공자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공자의 말만 보아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말은 『논어』 <공야장(公冶長)> 편에 실려 있는데 공자가 안영의 인격과 인품을 매우 높게 보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안영은 다른 사람과 친해져도 오랜 시간 항상 예의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대개 사람들은 처음 만나 사귈 때는 서로 삼가고 조심하기 때문에 공경하고 공손한 태도로 상대방을 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친해지면 흉허물 없이 지내면서 예의 없이 함부로 상대방을 대하기 쉽다.

그런데 공자가 볼 때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질수록 변함없이 서로를 공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귐의 덕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안영의 ‘사람과의 사귐’은 훌륭하다고 극찬한 것이다.

더욱이 사람은 권력과 권세를 쥐거나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게 되면 예전에 가까이 했던 사람을 홀대하거나 멀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공자가 말한 대로 안영이 “久而敬之(구이경지)”, 즉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경했다면 이것은 안영이 제나라를 좌지우지할 만한 거대한 권력과 높은 지위를 얻고 난 뒤에도 변함없이 공경하는 마음을 다해 사람과 사귀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앞서 『시경』의 시 구절을 인용해 “처음에 잘못하는 사람 별로 없지만 끝까지 잘 하는 사람 또한 드물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성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해도 별반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안영은 처음에도 공경하는 마음을 다해 사람과 사귀었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공경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람과 사귀었기 때문에 마땅히 성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할 만 하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550여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그 긴 세월 동안 명멸해간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유독 큰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안영이었다.

심지어 사마천은 관중과 안영을 다루고 있는 <관·안열전(管晏列傳)>에서 이렇게까지 말했다.

“만약 지금 안자(晏子: 안영을 높여 부르는 호칭)가 살아 있다면 나는 말을 끌며 그를 모시는 마부의 신세가 되어도 좋다. 그 만큼 나는 안자를 흠모한다.”

또한 공자는 안영의 사람됨을 총평하면서 “安平仲可謂能遠害矣(안평중가위능원해의)”라고 말했다. “안영은 해로움을 멀리 하는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는 뜻이다. 『공자가어』 <곡례자하문(曲禮子夏問)>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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