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빛바랜 단풍과 고즈넉한 서해바다 풍경…서산 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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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빛바랜 단풍과 고즈넉한 서해바다 풍경…서산 팔봉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19.11.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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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⑥ 봉우리마다 걸터앉으면 천수만·가로림만이 한 눈에
감투봉(노적봉). 높은 벼슬에 오른 대감의 감투 또는 노적을 쌓아 올린 모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점심 식사후 3시쯤 산행을 시작한 터라 흐리고 어둡다. [사진=이경구]

산은 자연의 위대함 속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유한하며 부족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한발 한걸음 디딤발을 내디딜 때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서 자연의 일부로 동화된다. “우리는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를 되뇌이면서….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긴 호흡을 통해 자연이 주는 메세지를 엿듣는 산행이 한결 더 진하고 아름답다. 여기에 겸손한 철학을 배우며 부질없는 욕망도 내려놓고 인내하면서 걷는 산행이라면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이야기가 딴길로 샜다.

1봉 정상부. 거대한 바위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경구]

서산 팔봉산은 해발 362m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다. 고도가 높지 않지만 능선과 산봉우리에 오르면 암릉과 어우러지는 산세도 좋고 서해바다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홍천 팔봉산이 유명해 이름 앞에 서산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

팔봉산 산행은 북쪽 양길리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1봉~8봉을 차례로 밟고 내려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8봉 종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산의 북쪽 들머리인 양길리에서 출발해 정상인 3봉을 지나 전망 좋은 4봉까지 갔다가 원점 회귀하는 편이 좋다.

1봉에서 바라본 2봉과 3봉. [사진=이경구]

완만한 경사의 계단길을 10분만 오르면 벌써 능선이다. 능선은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로 왼쪽은 1봉, 오른쪽은 2봉을 경유 3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1봉은 커다란 바위덩이를 차곡차곡 포개어져 쌓아 올린 듯한 암봉이며 노적봉이라 불린다.

서해바다 갯벌풍광, 바닷가 마을들이 한눈에 펼쳐지고 2봉과 3봉의 봉우리가 보이는 풍경도 시원하다

2봉으로 오르는 철제 계단. [사진=이경구]

안부로 다시 내려와 2봉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다. 산 높이보다 바위의 위엄이 더 힘찬 팔봉산 우럭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투구바위. 바위의 생김에 저마다 생명과 이름을 불어 넣었다. 2봉의 바위에 턱 걸터앉아 서해바다의 넉넉한 품을 바라본다.

우럭 머리를 닮은 우럭바위. [사진=이경구]

저만치 3봉 정상이 보인다. 급하게 오를 필요도 없이 3봉을 향해 간다. 2봉과 3봉은 약 400m. 곧이어 헬기장이 나타나고 정상을 바라보고 걸으면 이번에는 긴 철제 계단이 나타난다. 철계단 안쪽은 통천굴인데 정상이 코앞이다. 철제 계단보다는 통천굴을 통과하는 것이 재미가 있고 극적이다.

3봉(361,5m)이 팔봉산의 주봉. 정상에서 가로림만의 고즈넉한 풍경이 탁 트여 넓게 펼쳐진다. 이 맛에 암릉산에 올라오나 보다. 장쾌하다.

2봉에서 바라본 3봉. 팔봉산의 주봉이다. [사진=이경구]

정상에서 발길을 돌려 운암사지 숲길로 하산한다. 울창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3봉과 4봉 사이 안부에서 동쪽 방향의 우회로를 택하면 운암사 터를 거쳐 1봉과 2봉 사이 안부에 닿는다.

평화로운 농어촌 뒤로 우리나라 최대급의 갯벌을 보유한 가로림만. [사진=이경구]

고도는 높지 않지만 능선까지 오르내리는 길엔 송림이 울창하고 초겨울 산행의 빛바랜 단풍들이 눈에 들어온다. 은근슬쩍 높은 산, 길게 걷는 산이 정의처럼 되어버리는 산행을 팔봉산은 높이에 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나홀로 또는 가족끼리 단출하고 소박한 동행이 아름다운 산행지 서산 팔봉산이다.

황혼빛에 억새꽃 일렁임이 잔잔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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