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곁에 두고 싶어지는 세월의 흔적들”…『오늘의 사랑스런 옛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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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곁에 두고 싶어지는 세월의 흔적들”…『오늘의 사랑스런 옛 물건』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11.29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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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남루한 대청 한 구석이든 아파트 거실이든 혹은 특급호텔 로비에서도 부조화라고는 찾기 힘들다. 조금은 낡고 헐었을지 모르지만 옛 사람들의 유물은 어느 장소에 놓여있더라도 빛을 발한다.

심지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라도 해안지방에서는 그물에 딸려 나온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개 밥그릇으로 사용했다 하니 실용성 면에서도 나무랄 것이 없다.

옛 물건은 보는 사람에 따라 미적 표현과 해석이 제각각이다. 장인의 수고를 생각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유했을 이를 떠올리는 이도 있다. 어쩌면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신간 『오늘의 사랑스런 옛 물건』(책밥)은 한국의 미감이 ‘소박하다·단아하다’는 형용사로 단순하게 정의되는 것을 거부한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가 박물관 투어를 통해 접한 옛 물건들을 소개한 책이다.

눈에 익은 유물들이 디자이너 시선으로 마치 처음 대하듯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처음 접한 유물들은 마음속에 들어앉아 끝내 곁에 두고 싶어진다.

“유럽의 어느 호텔 로비에 오브제로 놓여 있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이 곰은 놀랍게도 낙랑시대 상다리입니다. 상을 받치고 있는 네 마리의 곰이라니. 이거 정말 디자이너의 재치 아니냐고요. 첫눈엔 작고 아기자기해 귀여운 곰돌이구나 싶다가도, 볼수록 포효하고 있는 표정하며, 각 맞춰 꿇어앉은 모습하며 꽤 세 보이는 외관입니다.(<금동 곰모양 상다리> 중에서)

“모든 제품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닙니다. 한 자루의 붓을 기대어 놓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주(主)가 아닌 부(副)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무게를 지켜 만들어진 작은 받침대. 앞에 소개한 ‘백자 붓 씻는 그릇’과 한 세트마냥 정갈한 맥을 나누고 있습니다.” (<붓 받침대> 중에서)

이처럼 책에는 고리타분한 옛 물건에 대한 고고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창작자의 아이디어로,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심미성과 사용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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