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마이산에 눌렸던 무진장 구봉산의 용트림…100m 구름다리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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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마이산에 눌렸던 무진장 구봉산의 용트림…100m 구름다리 장관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19.12.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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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⑦ 막 피어오르는 연꽃을 닮은 9개의 암봉
용담호 위로 붉은 빛을 토하는 일출. 가슴 벅차게 아름답다. [사진=이경구]

‘무진장(無盡藏)’이란 ‘다함이 없이 굉장히 많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한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산악지대로 과거에 사람의 접근이 힘들었던 무주군·진안군·장수군의 첫 글자를 떼어 무진장으로도 불린다.

무진장 지역 노령산맥의 전북 진안군 주천면 구봉산(해발 1002m)은 그동안 금강 남서쪽의 최고봉인 운장산과 마이산의 유명세에 눌려서 가려 있었지만 2015년 구봉산 4봉과 5봉 사이에 길이 100m의 구름다리가 설치되면서 인기 있는 산행 코스가 되었다.

살얼음 박힌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새벽 3시 긴 겨울에 들어선 구봉산 등산길에 나선다. 두터운 방한복을 입고 털모자에 얼굴이 가려 눈만 뻐끔하다.

먼동이 트지 않아 구봉산이 보이지 않는 시각에 들머리 양명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잠시 아이젠을 착용할까 망설이며 무릎에 무리를 줄 것 같아 등산화 끈만 바짝 동여맨다.

새벽녁 구봉산에서 본 산그리메. 멀리 용담호에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하다. [사진=이경구]

주차장 옆에 산행안내 개념도와 이정표가 있다. 커다란 은행나무를 지나 구봉산농장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처음부터 된비알이 야무지다. 산속의 추위는 혹독하게 맵고 차다. 얼굴과 손가락의 시림이 진하게 전해온다.

주차장에서 약 1.5km 오르니 1봉과 2봉의 갈림길 능선에 닿는다. 여기에서 우측 가파른 바윗길로 100미터 남짓 오르면 1봉이 우뚝 솟아있다. 능선에 닿으면 낙타등 같은 봉우리들의 오르내림이 시작된다.

뾰족한 바위 봉우리 위에 늙은 노송 소나무들이 비경의 운치를 더 한다. 멀리 용담호를 품은 조망이 한눈에 들어와 눈맛이 시원하다. 순리에 따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며 질서와 균형을 잘 유지하는 자연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1봉에 갔다가 되돌아와서 2봉으로 올라야 한다. 2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칠고 사납다. 2봉 서쪽으로 줄지어 서있는 암봉의 모습은 위용도 대단하고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천왕봉을 제외한 8봉우리가 막 피어오르는 연꽃의 형상을 하고 있어 연꽃산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이경구]

2봉에서 3봉·4봉까지는 된비알 지나 가파른 계단을 겨우 올라서면 뚝 떨어지는 내리막 오르막이 반복된다. 계단은 거친 바윗길을 걷기 좋도록 데크로 잘 놓여 있다.

4봉엔 구름정이란 육각정이 있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천왕봉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고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정다운 풍경을 펼쳐 놓는다.

4봉과 5봉 사이에는 구봉산의 명물인 100m구름다리가 위용을 자랑한다. 아찔한 구름다리는 구봉산 최고의 풍경과 조망을 선사하며 하늘 위를 걷는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4봉과 5봉을 잇는 구름다리. 암반을 활용해 다리를 놓았다. [사진=이경구]

구봉산은 9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봉우리들의 모습이 막 피어오르는 연꽃을 닮아 연꽃산으로도 불린다. 주봉인 9봉은 천왕봉. 1봉에서 8봉까지는 막힘이 없어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확 트인 시야가 좋아서 고산준령을 조망할 수 있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광활하고 신비스런 자연이다.

5봉·7봉·8봉 너머로 주봉인 천왕봉으로 가는 고도차가 큰 암릉길이며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하다. 8봉을 내려가면 돈내미재다. 9봉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가팔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숨이 턱에 걸려 연신 헉헉 대며 두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9봉(천왕봉) 천왕을 알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천왕봉(1002m)정상. 탁월한 조망이 펼쳐진다. 용담호 너머로 덕유산과 서쪽으론 말귀처럼 쫑긋한 마이산이 보인다. 첩첩골골 경치가 참으로 장대하다

안개 깊은 새벽이지만 덕유산 지붕이 조망된다. [사진=이경구]

정상에서 내려서면 바랑재다. 이곳에서 양명마을 주차장까진 2.3km.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잔돌이 많고 비탈진 흙길로 그나마 지친 발목의 디딤이 중심잡기가 수월하다.

양명마을에 내려서니 구봉산 8봉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겨울산은 선명하고 담백하다. 나는 왜 이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는가. 끝은 새로운 시작점. 세찬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발만 덥고 겨울을 이기는 나무들과 찬겨울 비움의 미덕을 보여주는 산을 보며 대자연 앞에 조용히 머리 숙이며 산행을 마친다.

구봉산 아래 용담호. 금강상류에 있는 호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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