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네 가지 명예로운 덕목…덕성·용모·말씨·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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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네 가지 명예로운 덕목…덕성·용모·말씨·솜씨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2.1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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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0강 부행편(婦行篇)…덕행을 갖춘 여성이 되라①
중국에서 ‘최초의 여성 역사가’로 부르는 반소.
중국에서 ‘최초의 여성 역사가’로 부르는 반소.

[한정주=역사평론가] 益智書云(익지서운) 女有四德之譽(여유사덕지예)하니 一曰婦德(일왈부덕)이요 二曰婦容(이왈부용)이요 三曰婦言(삼왈부언)이요 四曰婦工也(사왈부공야)니라.

(『익지서』에서 말하였다. “여성에게는 네 가지 명예로운 덕목이 있다. 첫째는 부인의 덕성(德性)이다. 둘째는 부인의 용모이다. 셋째는 부인의 말씨이다. 넷째는 부인의 솜씨이다.”)

『명심보감』에서는 이 구절이 『익지서』에 기록된 내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존하는 문헌상으로는 전한(前漢) 시대의 저명한 문인(文人)이자 역사가인 반소(班昭) 또는 조대가(曹大家)로 불리는 여성이 지은 『여계(女誡)』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자주 소개했던 사마광의 『가범』에도 이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도 ‘조대가(曹大家)의 여계(女誡)’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소 또는 조대가라는 여성은 누구인가. 반소는 사마천의 『사기』와 더불어 중국 고대사를 대표하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한서』를 지은 역사가 반고의 여동생이다. 즉 반고는 반소의 큰오빠이다.

반고와 반소의 아버지 반표(班彪)는 당대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유학자였고 반고의 동생이자 반소의 둘째오빠인 반초(班超)는 서역 원정을 통해 실크로드를 개척해 크게 이름을 떨친 최고의 명장이었다.

이렇듯 명문가에 태어난 행운에다 아버지와 오빠들의 높은 학문과 식견에 영향을 받은 반소는 어렸을 때부터 유학의 온갖 서적과 여러 사적(史籍)들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더욱이 반소는 아버지와 오빠들 못지않은 뛰어난 재능과 학식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타고난 미모에 단정한 기품까지 두루 갖추고 있던 재원(才媛)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서』의 저자를 반고로 알고 있지만 이 역사서를 최종 완성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반소였다. 『한서』는 원래 아버지 반표의 작업을 이어받은 반고에 의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반고는 『한서』가 완성되기 직전인 서기 92년 나이 61세 때 ‘두헌의 역모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사하고 만다.

당시 나이 40대 후반의 반소는 아버지 반표와 큰오빠 반고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한서』의 미완성 부분인 <백관공경표(百官公卿表)>와 <천문지(天文志)>를 지어 마침내 『한서』를 완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반소를 ‘최초의 여성 역사가’로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반소는 서역에 나가 있던 둘째 오빠 반초가 황제의 소임 조서를 받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자 직접 궁궐에 나아가 황제에게 오빠의 귀국을 간절히 청하는 글을 올려 반초가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이 일 이후 반소의 행실은 더욱 세상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 때문에 당시 황후(皇后)와 비빈(妃嬪)을 비롯한 궁궐의 모든 여인들은 반소를 불러들여 스승으로 섬기면서 ‘조대가(曹大家)’라고 부르며 존경했다. ‘조대가’라고 부른 까닭은 반소가 조세숙(曹世叔)이라는 사람과 혼인하여 조씨(曹氏) 가문의 며느리였기 때문이다.

반소가 지은 『여계(女誡)』는 제목 뜻 그대로 여성이 경계로 삼아야 할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여성이 성장할 때와 출가한 다음 경계해야 할 일체의 몸가짐과 마음가짐 그리고 실천해야 할 행동거지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여계』는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칠계(七誡)』라고도 불린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는 몸은 낮추고 태도는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도리를 밝힌 ‘비익장(卑弱章)’이고, 둘째는 부부의 도리를 밝힌 ‘부부장(夫婦章)’이고, 셋째는 공경과 화순(和順)의 도리를 밝힌 ‘경순장(敬順章)’이고, 넷째는 부인의 행실과 도리에 대해 밝힌 ‘부행장(婦行章)’이고, 다섯째는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의 도리를 밝힌 ‘전심장(專心章)’이고, 여섯째는 자신의 뜻을 굽히고 시부모의 뜻에 순종하는 도리를 밝힌 ‘곡종장(曲從章)’이고, 일곱째는 시가(媤家)의 형제자매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도리를 밝힌 ‘화숙매장(和叔妹章)’이다.

이 가운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여성의 네 가지 명예로운 덕목’은 제4장 ‘부행장(婦行章)’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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