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공 후계약’ 한국조선해양 고발·과태료 부과…현대중공업도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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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공 후계약’ 한국조선해양 고발·과태료 부과…현대중공업도 과징금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12.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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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들에게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국조선해양도 같은 행위로 시정명령 조치되고 법인은 고발 조치된다. 또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법인과 임직원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하도급업체에게 4만8529건의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 발급했다.

계약서 발급 시점은 작업 시작 후 짧게는 1일, 최대 416일이 지난 후였으며 4만8529건의 평균 지연일은 9.43일이었다.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과 대금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한 후 한국조선해양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2015년 12월에는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하도급업체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2016년 상반기에 일률적으로 10% 단가 인하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단가계약 갱신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10% 단가가 인하됐고 2016년 상반기 9만여 건의 발주 내역에서 48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51억원의 하도급대금을 인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48개 하도급업체는 밸브, 파이프, 엔진블록, 판넬 등 납품하는 품목이 상이하고 원자재, 거래 규모, 경영상황 등도 각각 달라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같은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하도급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하도급업체에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1785건의 추가공사 작업을 위탁하고 작업이 진행된 이후 사내하도급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기도 했다.

작업 현장에서 추가공사가 발생하면 사내하도급업체에게 직접 작업을 지시하고 확인하는 한국조선해양의 생산부서가 실제 작업에 소요되는 ‘공수’를 바탕으로 추가공수를 산정해 예산부서에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의 예산부서는 합리적·객관적인 삭감 근거 없이 생산부서가 요청한 공수를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하도급대금을 받을 사내하도급업체와의 협의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수(MAN-HOUR)는 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으로 물량에 일정한 산식(품셈 또는 임의의 기준)을 적용해 정해진다.

공수계약의 하도급대금은 ‘공수’와 ‘계약단가’를 곱해 결정되는데 작업에 소요되는 ‘공수’는 한국조선해양이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반면 ‘계약단가’는 계약 기간 동안 고정된 값이다. 따라서 한국조선해양은 공수를 임의로 적게 인정해주는 방법을 통해 사내하도급업체들에게 지급할 하도급대금을 삭감한 것이다.

공정위는 사내하도급업체의 거래 특성상 제조원가의 대부분이 인건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사내협력사들의 인건비 구조·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자료·실제 채용 공고 사례 등을 바탕으로 작업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1공수 당 원가’ 기준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의 공수 삭감 과정에서 1785건의 추가공사 하도급대금이 하도급업체의 최소한의 제조원가 수준보다도 낮게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하도급대금 결정 과정에 사내하도급업체와의 실질적인 협의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후 한국조선해양이 사후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한국조선해양과 소속 직원들은 2018년 10월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조사대상 부서의 273개 저장장치(HDD)와 101대 컴퓨터(PC)를 교체했으며 관련 중요 자료들을 사내망의 공유 폴더와 외부저장장치(외장HDD)에 은닉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대상자의 저장장치가 교체된 사실과 중요 자료를 별도로 보관한 외부저장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러한 행위에 조사를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교체된 저장장치와 자료 은닉용으로 사용한 외부저장장치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국조선해양은 제출을 거부하고 이를 은닉 또는 폐기했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의 서면발급의무 위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공표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하며 현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할신설회사 현대중공업에게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행위와 관련해 한국조선해양에게 과태료 1억원, 소속 직원 2명에게 과태료 2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점이 지적돼 온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조선업계에서는 선시공 후계약 방식으로 사전에 하도급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작업을 시작한 후에 계약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엄중히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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