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차이
상태바
[칼럼]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차이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11.03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은 아이콘(Icon)이 아니다”
 

지난주 애플의 아이폰6가 출시되면서 국내에서도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동안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면 해외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접했던 풍경이었다.

지난 10월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를 비롯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신논현역 인근에는 전날부터 늘어선 수 백여 명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애플스토어에서와 같이 남들보다 먼저 아이폰6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었다.

아이폰6의 KT 1호 가입자로 선정된 채경진씨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21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일주일 전이었던 10월24일 예약가입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통사마다 접속자가 폭주하며 접속지연은 물론 KT는 30분 만에 5만대, SKT는 2분 만에 1만대, LG유플러스는 20분 만에 2만대 등 준비했던 1차 물량이 순식간에 바닥났다.

한정품도 아닌 바에야 굳이 밤을 새면서까지 생고생을 하지 않아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인데 먼저 구입하려고 이 같은 난리법석을 떠는 심리가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24.7%를 기록한 삼성전자였다. 애플은 12.3%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판매대수도 삼성전자는 7920만대, 애플은 3930만대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서는 아무도 줄을 서지 않는다. 아이폰6가 국내 출시하던 날 삼성전자는 두께 6mm대 초슬림 풀 메탈 스마트폰 갤럭시 A5·A3를 공개했지만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삼성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에 비해 성능이나 기능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면을 먼저 선보였고 최근 출시한 갤럭시 S5에는 애플보다 더 뛰어난 각종 첨단기능들도 탑재돼 있다.

이와 관련 브랜드 전략자문기업 벤처리퍼블릭(Venture Republic)의 CEO 마틴 롤(Martin Roll)은 몇 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아이콘(Icon)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은 기업의 혁신적인 측면과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젊은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상과 같은 브랜드(Iconic brand)가 아니어서 줄을 서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애플은 소비자의 여러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창조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는 반면 삼성은 첨단기능에 초점을 맞춰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기보다는 뒤따라가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애플의 제품은 현대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마틴 롤의 분석이었다.

실제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은 애플보다 많은 판매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스마트폰의 원조는 애플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더 많다 하더라도 결코 삼성이 창조해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즉 갤럭시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삼성전자는 올해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3분기보다 매출액은 19% 축소됐지만 영업이익은 60%나 감소한 데서 삼성전자 제품이 갖는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신수종 사업 부재를 원인으로 거론하며 반도체와 휴대폰 이후를 걱정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돈벌이가 될 만한 어떤 사업보다 어떤 개성을 갖추는가이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생활에 파고드는 감성 등 개성적 측면을 담아내지 못할 경우 애플처럼 아이콘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6를 손에 넣기 위해 비 내리는 밤을 꼬박 새운 소비자들을 보면서 삼성전자 경영진은 무엇을 고민했을까 궁금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