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부모님은 봉양하려 하지 않는데 열 명 자식은 홀로 책임 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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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부모님은 봉양하려 하지 않는데 열 명 자식은 홀로 책임 다하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2.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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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2강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팔반가(八反歌) 여덟 수⑦

[한정주=역사평론가] 養親(양친)은 只二人(양친지이인)이로되 常與兄弟爭(상여형제쟁)하고 養兒(양아)엔 雖十人(양아수십인)이나 君皆獨自任(군개독자임)이라 兒飽煖親常問(아포난친상문)하되 父母饑寒不在心(부모기한부재심)이라 勸君養親須竭力(권군양친수갈력)하라 當初衣食(당초의식)이 被君侵(당초의식피군침)이니라.

(부모님 봉양은 단지 두 분뿐이건만 항상 형제간에 다투네. 자식 양육에는 비록 열 명이 되건만 그대 모든 자식 홀로 책임지네. 자식이 배부른지 따뜻한지 부모님은 항상 물어보건만 부모님이 배고픈지 추운지는 그대 마음에 없다네. 그대에게 권하노니 부모님 봉양에 모름지기 있는 힘을 다해 애써라. 애초 부모님은 그대 양육하느라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빼앗겼다오.)

앞서 맹자가 지목한 ‘다섯 가지 불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다섯 가지 불효 가운데 세 번째 불효가 바로 “처자식만 돌보느라 부모님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맹자에게는 아내와 자식을 잘 돌보는 것보다 부모님을 잘 돌보는 것이 훨씬 더 우선적인 가치였다. 심지어 아내와 자식은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한이 있어도 부모님을 굶주리고 추위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맹자가 생각한 ‘효도’였다.

공자는 “자신의 부모님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부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패덕(悖德), 즉 ‘덕을 거역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부모님은 공경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부모님을 공경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패례(悖禮), 즉 ‘예절을 배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짓는 죄의 종류는 3000가지나 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죄가 다름 아닌 ‘불효(不孝)’라고 했다.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는 죄야말로 사람이 짓는 죄 가운데에서 가장 큰 죄라는 뜻이다.

그럼 부모님을 어떻게 봉양해야 효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기록이 『예기』 <내칙> 편에 나와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보면 아래와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결하게 몸단장을 한 다음 부모님이 거처하는 곳에 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춥지는 않았는가 혹은 덥지는 않았는가를 여쭙는다. 아픈 곳이 있으면 공손하게 어루만져주고 가려운 곳이 있으면 공손하게 긁어주거나 문질러준다. 부모님께 드시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여쭌 다음 준비해 공손하게 올리되 얼굴빛은 부드럽게 하고 자세는 온화하게 한다. 부모님께 음식을 올릴 때는 반드시 그 음식을 맛보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 물러난다.”

부모님이 추운지 더운지를 살피고 또한 부모님이 무슨 음식을 드시고 싶은지를 살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부모님을 잘 봉양하는 효도의 항목 가운데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얘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이 배가 고픈지 또는 추위에 떨지는 않는지조차 살피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봉양조차 하지 않는- 불효 중에서도 가장 큰 불효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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