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지만 비단폭 펼쳐 놓은 자태…호남 5대 명산 ‘내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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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지만 비단폭 펼쳐 놓은 자태…호남 5대 명산 ‘내변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3.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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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⑰ 심산유곡 비경과 천년고찰 내소사…변산 낙조 단연 으뜸
[사진=이경구]
변산의 낙조. [사진=이경구]

변산(邊山)에도 긴겨울을 뒤로 하고 새봄이 보이기 시작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흔쾌히 봄이라 할 수 없는 아직 어린 봄이지만 짧은 봄, 찰라의 봄을 고맙게 여길 일이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한 나뭇가지엔 물기를 살짝 안으로 감추어 둔 채로 뾰족한 입을 내밀고 꽃망울은 때 맞춰 벙글고 벙글면서 매무새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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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의 산수유. [사진=이경구]

내변산(內邊山) 천년고찰 내소사(來蘇寺)를 오르는 전나무 숲길은 청량함이 가득하고 고요함이 몸으로 스며들어 일상의 모난 마음을 푸실푸실 풀어준다. 여유로움을 말 없이 전해주며 저절로 절로 가게 되는 길이다.

청정한 침엽수향을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시는 들숨 날숨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기에 충분하다.

[사진=이경구]
전나무 숲길. [사진=이경구]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있는 내변산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천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중 하나로 최고봉은 의상봉(509m)이며 신선봉(486m), 쌍선봉(459m), 관음봉(424m) 등은 400~500m로 낮은 편이지만 비단폭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특히 직소폭포, 봉래구곡, 낙조대, 의상봉, 쇠뿔바위 등 수려한 심산유곡(深山幽谷) 비경과 천년고찰 내소사가 있는 변산의 낙조(落照)는 단연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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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경구]

내변산 산행은 북쪽 내변산 탐방지원쎈터와 남여치에서 시작되고 남쪽 방향엔 내소사에서 남여치로 이어지는 산행이 대표적인 코스다.

정상은 의상봉(509m)이지만 공군부대 주둔 출입금지 지역로 관음봉(424m) 산행이 인기 코스다. 오늘은 원암-재백이고개-직소폭포-관음봉 삼거리-관음봉 정상-세봉-내소사 코스로 오른다.

원암마을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00m 걸으면 들머리 원암코스에 도착한다. 탐방로 입구에서 안부로 스며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은 살짝 오름이 있지만 부드러운 언덕길로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재백이 고개까지는 1.2km, 20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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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 [사진=이경구]

좌로 틀어 직소폭포로 향한다. 고개에서 5분가량 내려오자 계곡을 만나고 재백이 다리가 나타난다. 계곡물은 명경지수이며 흐르는 물소리는 단아하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계곡 길을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직소폭포 전망대다. 직소폭포는 주변의 암벽과 한 몸통이 되어 내변산 비경의 절정을 이룬다. 30m 낙차에서 울리는 쩌렁쩌렁 포효하며 토해내는 변주는 장쾌하며 탄성이 절로 난다.

물방망이 폭포는 둥근 용소에 잠시 갇혔다가 감아돌고 꺾여 또 다른 폭포를 만들며 분옥담으로 이어진다. 재백이 고개에서 폭포까지는 1.5km, 25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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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경구]

직소폭포를 감상하고 재백이 고개로 산행을 이어간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둥그스름하며 넓고 전망 좋은 바당바위가 나온다. 잠시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른다. 산자락에 흐르는 구름과 먼 서해바다가 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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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과 곰소만. [사진=이경구]

관음봉으로 향한다. 재백이 고개에서 왼쪽으로 0.9km, 40분 정도 올라가면 관음봉 삼거리가 나온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관음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오름이 있었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오르는 데 불편이 없다.

바윗길 데크 계단 슬랩 구간을 지나고 산허리를 돌아서 관음봉 정상에 올라서자 전망이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툭 트인다. 멀리 선운산과 곰소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바다·계곡이 잔잔한 저음으로 하모니를 이룬다. 산수 경색이 점입가경이고 왜 호남의 5대 명산에 속해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정상에 서니 산과 교감하며 겸허해진다. 산은 나에게 성급하지 않은 마음과 양보를 깨우치게 한다. 산을 배우게 하는 자연의 본성을 생각해 보며 무거웠던 겨울의 더께를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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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사진=이경구]

관음봉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 내소사에 닿는다. 팔작지붕을 한 내소사 대웅보전이 화장기없이 주름을 보이며 맨얼굴을 보여준다. 고즈넉한 절집엔 1000년 된 느티나무가 고찰의 분위기를 돋워 주고 돌담, 돌계단, 사립문, 매화나무 등 오밀조밀 볼 것이 너무 많다.

툇마루에 걸쳐 앉으니 그제서야 훈풍이 더해진 새봄이 보인다. 산객의 고단함을 가라앉히며 바지의 흙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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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와 관음봉. [사진=이경구]

산행 후 마무리는 입이 즐거워야 하는 법이다. 변산의 향토음식 백합죽엔 은은한 참기름 냄새가 배어 코가 먼저 반하고 중간중간에 백합의 살점이 씹히는 맛에 입이 반한다. 부안의 명물 젓갈을 올려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백합죽은 부안의 걸출한 주연으로 산행의 피로를 단번에 잊게 해줬다.

[사진=이경구]
백합죽.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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