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성취하기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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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성취하기 어렵네”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3.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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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5강 권학편(勸學篇)…배움을 권장한다②

[한정주=역사평론가]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하니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하라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하여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이라.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성취하기 어렵네. 눈 깜짝할 순간의 짧은 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은 봄꿈 아직 깨지 못했는데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 소리를 내네.)

이 시 역시 주희가 권학을 위해 지은 것입니다. 시의 제목은 ‘우성(偶成)’, 즉 우연히 지은 시이다. 특별히 주희는 이 시에서 소년 시절부터 배움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고 있다.

이렇듯 ‘소년 시절의 배움’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주희는 실제 옛 성현(聖賢)들의 언행을 두루 모으고 엮어서 ‘소자(小子: 소년)의 학문’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책을 편찬했다. 그 책이 바로 『소학(小學)』이다.

유학의 경전인 『예기』 <왕제(王制)> 편에 보면 고대 중국에서는 각 지방에 소학교(小學校)를 설치했는데 어린아이가 여덟 살이 되면 누구나 다 이곳에 들어가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주희는 바로 고대 중국의 어린아이 교육제도인 소학교의 명칭을 그대로 응용하여 책의 이름을 『소학』이라고 지은 것이다.

책의 제목만 보아도 주희가 『소학』을 편찬한 이유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바로 어린아이 때부터 옛 성현의 말씀과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평생토록 삶의 지침이자 학문의 바탕으로 삼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주희가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학문의 교재로 삼기 위해 편찬한 『소학』은 ‘내편(內篇)’과 ‘외편(外篇)’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편은 ‘입교(入敎)·명륜(明倫)·경신(敬身)·계고(稽古)’의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외편은 ‘가언(嘉言)·선행(善行)’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편의 제1권 ‘입교(入敎)’는 교육의 기초를 세운다는 뜻이고, 제2권 ‘명륜(明倫)’은 인간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이고, 제3권 ‘경신(敬身)’은 자신의 몸을 삼가고 조심한다는 뜻이고, 제4권 ‘계고(稽古)’는 옛 성현들의 언행을 상고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외편의 제5권 ‘가언(嘉言)’은 옛 성현들의 아름답고 훌륭한 말을 담고 있고, 제6권 ‘선행(善行)’에서는 옛 성현들의 착한 행동을 모아 엮어놓았다.

그리고 실제 『소학』에 담긴 주희의 뜻을 좇아 이 책은 이후 유학, 특히 성리학에서 어린아이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기본 교재이자 필독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사림(士林) 세력이 『소학』을 높여 신봉하고 숭상하면서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선비들 사이에서도 이 책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크게 유행하게 된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擊蒙要訣)』과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배우는 사람이 독서해야 할 책의 첫 목록으로 『소학』을 올려놓았다.

심지어 율곡 이이는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소학』을 읽어야 한다면서 “주자(주희)의 『소학』은 강령이 매우 훌륭해 선비의 일상생활에 가장 절실한 책”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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