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맵고 큰 산”…홍천 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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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맵고 큰 산”…홍천 팔봉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4.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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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⑳ 산세만 보고 만만하게 덤볐다간 혼쭐 십상
[사진=이경구]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암봉뒤로 시원하고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사진=이경구]

대지의 숨결이 살아나고 훈훈한 땅의 기운이 뻗쳐 숲의 풋냄새와 새생명이 가득한 4월의 봄이다.

고사리손 같은 연초록 여린 새순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지난 2일 홍천 팔봉산 산행에 나섰다. 작아서 더 아름답고 기품 있는 팔봉산은 해발 327m 나즈막한 산이다.

산새가 아담하면서도 암릉과 암벽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이어지는 산길이 있어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사진=이경구]
현호색. [사진=이경구]

백두대간의 오대산에서 한강기맥을 따라 홍천강 앞에 급히 멈춰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산 아래에는 맑은 홍천강이 산의 허리를 휘감고 돌아 소리 없이 흐르며 산과 강이 만나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 100대 명산에 당차게 이름을 올린 가장 낮은 산이며 작은 체구이지만 또 하나의 명품산으로 사랑을 받는다.

처음 산세를 본 등산객들에겐 크기나 높이로 만만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덤벼들었다가는 혼쭐이 난다.

[사진=이경구]
영겁의 시간속에 위풍당당한 암릉 모습. [사진=이경구]

주차장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팔봉산은 단아하며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상케 한다. 넓직한 주차장에서 강상류를 따라 5분정도 걸으면 팔봉교에 이르고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에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다. 입장료 1500원을 내고 산행을 시작한다.

1년 만에 다시 오르는 팔봉산은 더함도 덜함도 없이 여여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변함이 없다. 들머리 작은 철다리 옆에는 전국의 각종 산악회 꼬리표가 주렁주렁 한가득 오색찬란하게 매달려 있다. 싱그러운 산속엔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가 숨어 피어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을 보내본다.

급경사길로 통나무 계단을 10여분 오르니 1봉 진행표시와 함께 로프 하나가 놓여 있고 오른 지 30분 만에 제1봉 표지석을 만난다.

1봉 암릉의 모습은 관모를 닮았다고 하며 산 아래 홍천강과 산세가 어우러져 장쾌한 풍경을 내어준다.

[사진=이경구]
팔봉산을 감아도는 홍천강. [사진=이경구]

등산길은 능선을 따라 1봉에서 8봉을 거쳐 오르고 8봉에서 수직으로 내려오는 산행이며 1봉에서 8봉 방향으로만 산행이 가능한 일방통행길이다.

제2봉으로 향한다.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의 모습이 유장(流長)하고도 시원스레 다가온다. 천년의 바위와 낙락장송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악산(嶽山)의 소나무라’ 하더니 허리 굽어 비틀린 소나무가 석벽 틈에 뿌리를 박은 모습은 생명에 대한 한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수직으로 곧추선 암릉길에 걸음이 무척이나 더디다. 암벽등반을 하듯 올라서 제2봉 정상에 닿으니 전망대가 설치돼 있고 절벽 바위틈에 조그마한 당집이 모셔져 있다.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예방하는 당굿을 해오는 곳이다.

[사진=이경구]
2봉의 당집과 홍천강.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수직의 아찔한 철계단. [사진=이경구]

팔봉산은 튼튼한 다리로만은 오를 수 없다. 손을 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또한 스틱 사용도 할 수가 없는 악산이다. 가파른 암릉으로 구성된 팔봉을 납작 엎드려 네 발로 올라야 하는 산이다.

2봉에서 내려와야 3봉으로 오를 수 있다. 3봉 고스락에선 가야 할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잡힌다. 용문산, 화악산, 삼악산, 가리산이 조망되며 첩첩의 산들이 만든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삼면으로 구비구비 흐르는 홍천강의 유려함과 장쾌함을 어디에 비하겠는가!

[사진=이경구]
배에 숨을 몰아넣고 하늘과 맞닿은 곳까지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사진=이경구]

4봉 아래는 해산굴이라는 자연굴이 있다. 이 굴을 통과하는 게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끼게 하고, 이 굴을 여러 번 빠져나갈수록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산객들은 장수굴이라고도 부른다. 우회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4봉·5봉·6봉 봉우리마다 철사다리와 밧줄을 잡고 오른다. 등골에 땀이 배어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면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홍천강이 오금이 저리도록 아찔하다. 기백 있고 당차기 그지없는 능선과 굽이치는 마루금의 수려한 경관이 말문을 닫게 한다.

제7봉에는 부처바위가 있는데 이 곳은 세파에 찌든 중생들이 이 곳에서 정성을 드리고 나면마음속에 잡념을 털어내고 정화된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다고 전한다.

[사진=이경구]
뼈만 곧추세운 고사목 죽어서도 풍경을 거들고 있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도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사진=이경구]

어느덧 산행은 막바지로 8봉을 향한다. 7봉과 8봉 사이 안부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8봉은 팔봉산에서 가장 험한 봉우리로 수직 암벽등반에 네발로 올라야하는 가장 험한 코스다.

이윽고 8봉 표시석에 터치를 하며 정상의 평평한 조망바위에 앉아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멀리 홍천강 물줄기 따라 늘어선 올망졸망한 산봉들이 하늘금을 그으며 정답게 다가온다. 대자연의 조화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사진=이경구]
7봉에서 보는 제8봉. [사진=이경구]

살랑이는 봄바람의 배웅을 받으며 제8봉을 뒤로 하고 하산한다. 아슬아슬한 수직 절벽길은 철사다리와 쇠발판, 밧줄을 잡고 홍천강으로 내려서며 산행이 끝난다.

맑은 홍천강에 손을 담그며 327m 팔봉의 오르내림은 ‘작지만 맵고 큰 산이구나’이라는 생각이 한순간 떠나지 않았다.

[사진=이경구]
강변옆으로 난 하산길. [사진=이경구]

코로나19 확산과 예방조치로 홍천군은 팔봉산을 비롯한 8곳의 관광지원에 입산금지 혹은 휴장을 하고 있다. 이번 산행은 홍천군청에 사전 허락을 득한 후 입산할 수 있었다. 홍천군은 “코로나19의 상황을 지켜본 뒤 개장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자 주>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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