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에 담은 마음과 귤에 새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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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에 담은 마음과 귤에 새긴 삶
  • 한정주 역사평론가
  • 승인 2020.04.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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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詩의 온도]⑧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네 모습 파리하니                     爾貌癯
마땅히 네 마음 깨끗하리              宜爾心潔
옛사람 많고 많건만                   古多人
어찌하여 구양수와 굴원을 취했나     奚取歐與屈
사물의 종류 많고 많건만              物多類
어찌하여 매미와 귤을 취했는가       奚取蟬與橘
이미 너를 좋아하는 마음 이와 같으니 旣爾好如斯
더러운 먼지 속에 내버려둔다고 해도  寘之塵穢
또한 어찌 근심하랴                   亦奚恤
맑고 깨끗하며 편안하고 즐거우니     淸澄而恬愉
그 누가 너의 성품과 자질 알겠는가   孰知爾資質
『영처문고 2』 (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이덕무는 옛 시인 중 특별히 송나라의 구양수와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을 좋아했다. 구양수로 말미암아 매미의 깨끗함을 알고 굴원으로 말미암아 귤의 향기로움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물을 취해 자신의 마음과 삶을 드러내는 미학이야말로 옛사람의 글에서 엿볼 수 있는 멋스러움 중에서도 가장 멋스러운 일이다.

이덕무는 매미를 취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귤을 취해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매미처럼 깨끗하게 귤처럼 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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