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바위고 바위가 산”…서울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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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바위고 바위가 산”…서울 도봉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4.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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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㉓ “푸른 하늘 깎아 세운 만 길 봉우리” 옛 시인 표현 절묘
[사진=이경구]
자운봉. [사진=이경구]

산이 바위고 바위가 산이다. 장쾌한 산세와 억겁의 세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울을 굽어보고 있다.

도봉산은 웅장한 화강암봉으로 대장부다운 기백이 넘치고 시원시원한 산마루가 펼쳐진 산이다.

청명한 봄날 하루가 다르게 산천은 푸르름이 짙어진다. 지난주 때아닌 추위와 바람이 일어 쌀쌀해진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오늘은 따스한 햇살이 골고루 퍼진다.

온화한 날씨는 산행하기 더 없이 좋다. 도봉탐방센터에 차를 세우고 산길에 몸을 맡기니 융단처럼 펼쳐진 눈부신 연초록과 형형색색 봄꽃의 자태가 어우러져 산객을 반긴다.

[사진=이경구]
천축사 뒤로 우람한 선인봉이 솟아 있다. [사진=이경구]

대간에서 갈라진 산줄기 한북정맥이 양주시 불곡산에서 서울의 진산인 도봉산으로 이어진다. 최고봉인 739.5m의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 주봉, 오봉, 선인봉, 우이암 등 기암절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도봉산의 동쪽은 중랑천이, 서쪽은 공릉천이 흐르고 북쪽으로는 의정부시와 양주시가 경계를 이룬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선을 긋는 재는 우이령이다.

[사진=이경구]
가야할 암릉 뒤로 멀리 북한산 인수봉이 보인다. [사진=이경구]

도봉산 등산코스는 크게 도봉구 방면과 의정부 방면, 송추(양주시) 방면 세 코스로 나뉘지만 수많은 등산코스가 능선을 향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 가운데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도봉동 기점은 접근성이 뛰어나 인기 있는 산행 들머리다.

오늘은 도봉동매표소→도봉서원→갈림길→도봉산장→천축사→마당바위→신선대 정상(자운봉)→우이암→원통사→우이동 유원지로 산길을 열어간다. 먼저 탐방안내센터에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약 300m 위쪽에 위치한 광륜사에서 시작한다.

[사진=이경구]
연이어 솟아 있는 거대한 암봉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이경구]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서원으로는 유일하며 조선시대 조광조·송시열의 학문적 사상을 추모하며 위패를 모신 도봉서원을 지나 자운봉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해 15분 정도 가면 도봉대피소가 나온다.

대피소에서 좌측길로 오르면 만장봉의 동쪽 기슭에 천축사가 자리한다. 천축사는 조선 태조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곳이다. 절의 맑고 깨끗한 석간수가 유명하고 백년 묵은 보리수나무가 샘물 위쪽에 있다. 사찰 뒤에 우뚝 솟은 선인봉은 깎아지른 듯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경내를 돌아보고 선인봉의 풍경을 마음에 담아 발길을 옮긴다. 바윗길과 계단을 올라 드디어 너럭바위가 길고 넓게 형성돼 있는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하늘이 환하다. 잠시 머무르며 마른 목을 축이고 간식으로 원기를 보충한다.

[사진=이경구]
물개바위. [사진=이경구]

도봉산에서 도보 산행객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신선대로 향한다. 암반길과 철책이 있는 급경사의 바윗길이며 각박한 오름길이다. 숨이 턱에 걸려 연신 헉헉거리며 된비알을 빠져 막바지 데크 계단길을 발바닥에 힘을 꾹꾹 주며 이윽고 신선대(725m)에 도착했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세가 사방으로 조망되는 최고의 전망대다. “푸른 하늘 깎아 세운 만 길 봉우리(靑天削出萬丈峰)”라고 읊었던 옛 시인의 표현이 무릎을 치게 할 만큼 절묘하다.

웅대한 기암괴석과 불꽃 같은 암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스케일이 크고 강건해 장쾌한 느낌을 준다. 사방으로 뻗은 계곡을 따라 연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사진=이경구]
연초록 옷으로 단장한 나목들. [사진=이경구]

신선대와 도봉산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은 불과 20여 미터. 높은 봉우리에 붉은빛의 아름다운 구름이 걸린다는 의미의 자운봉(慈雲峰)은 경사가 급한 암봉으로 전문 등산장비를 갖추고 오르는 암벽등반 코스다.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하다.

자운봉에서 남쪽 우이암으로 가는 능선길엔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 반경봉, 도봉산, 오봉이 막힘없이 펼쳐지고 이어진다.

[사진=이경구]
간식 나눠 먹자고 울어대던 까마귀. [사진=이경구]

소귀를 닮았다는 뜻의 우이암은 도봉산 남쪽 끝봉으로 하얀 얼굴을 드러낸다. 수직 절벽으로 인간의 접근을 막는 모양새인데 암벽꾼들에게만 길을 내준다. 이곳 조망 또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봉산 남쪽 끝봉인 우이암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산정 고즈넉한 자리에 원통사가 있다. 산사 거북바위 샘터에서 한 바가지 약수물을 들이키고 하산을 재촉한다.

[사진=이경구]
다섯개의 암봉이 나란이 줄지어 있는 오봉. [사진=이경구]

원통사에서 날머리 우이동까지는 2.2km 내리막길. 우이동에 당도하고도 땀 흘리고 가빴던 숨만큼이나 가슴도 벅차오른다. 초록 이파리가 산의 여백을 채우고 있는 도봉산. 멀리 능선 골골을 감고 되돌아온 어느새 산그늘이 길게 내려앉아 있다.

[사진=이경구]
우이암.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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