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의 3대 명산이 쏟아내는 진분홍빛 물결…산청·합천의 경계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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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의 3대 명산이 쏟아내는 진분홍빛 물결…산청·합천의 경계 황매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5.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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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㉓ 천상의 화원으로 떠나는 가족 단위 여행 제격
[사진=이경구]
황포돛대바위와 아슬아슬한 철계단. [사진=이경구]

마지막 봄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5월, 몸도 마음도 녹색으로 물드는 느낌이다.

철쭉과 신록으로 수놓아진 황매산(黃梅山)의 마지막 봄을 찾아가 산과 하나가 되어 본다. 막바지 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진분홍 철쭉이기 때문이다.

5월 초순이면 절정의 멋을 토해내는 황매산은 진분홍빛 물결이 바다를 이루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채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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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평전의 새벽. [사진=이경구]

진달래는 참꽃이지만 철쭉은 먹지 못해 개꽃이다. 한문으로는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으로 척촉(躑躅)이라고 부른다. 독성분이 있어 양들이 먹은후 비틀거리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철쭉이 지고 나면 아름다웠던 봄은 초여름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다.

[사진=이경구]
황매산의 일출. 안개가 끼어 시야가 좋지 않다. [사진=이경구]

철쭉의 3대 명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바래봉, 황매산, 소백산엔 해마다 철쭉꽃을 따라 산을 오르는 산객이 줄을 잇는다. 산행보단 철쭉을 즐기러 찾아가는 셈이다.

황매산은 경남 산청군과 합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사방 천지가 철쭉으로 산정의 반란을 일으키는 천상의 화원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의 절경 50곳 명소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산행은 정상에서 뻗은 남릉, 북서릉, 북동능선 세 갈래 능선이 기준이 되며 산 정상부 8부능선까지 차량으로 이동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철쭉꽃 여행이 가능하다.

정상은 1108m. 소백산맥 줄기에 우뚝 솟은 준봉답게 탁 터지는 파노라마 조망은 온전히 걸어온 산객의 차지가 된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덕유산·가야산이, 산 아래 합천호 맑은 물에는 황매산의 산그림자가 찰랑거린다.

산행은 합천군 가회면 모산재주차장→황포돗대바위→모산재→철쭉군락지→모산재→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지→모산재주차장까지 편한 걸음으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택했다.

모산재주차장~황포돗대바위~모산재 정상 구간은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암릉산행의 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이경구]
돛대바위. 오랜 세월에도 변치않는 웅장함으로 황매산을 오르는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이경구]

모산재(767m)는 화강암으로 된 산이다. 암릉 위에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모산재 조망이 사방팔방으로 막힘 없는 펼쳐진다.

부정한 사람이 바위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순결바위,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은하수로 가던 중 배가 걸렸다는 돛대바위 등의 명물바위와 깊은 골짜기, 산세가 잘 어우러져 수려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정상부 넓게 펼쳐진 암반은 평평하고 여유롭지만 암릉 아래 계곡은 까마득한 바위 낭떠러지기가 펼쳐져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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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바위.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하는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으며 들어간다 해도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사진=이경구]

모산재를 지나 능선에 오르면 바위의 위엄과 늠름함은 온 데 간 데 없이 온통 진분홍 빛깔의 물감을 쏟아 놓은 듯 철쭉 군락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진분홍의 물결이 신비스러운 황매평전이다. 산객의 가느다란 탄성이 왈칵 쏟아지는 풍경에 대자연의 위대한 경외심마저 느끼게 된다.

이 아름다운 철쭉 군락지는 1970년대 목장의 목초지로 사용된 곳이라 한다. 당시 방목한 젖소와 양들이 독성이 강한 철쭉만 남기고 주변 식물들을 다 먹어 치웠다. 넓은 구릉지에 철쭉만 살아남아 대규모 군락을 형성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철쭉제단에서 모산재를 지나면 황포돛대 바위 방향과 영암사터 방향으로 두 갈래 하산길이 있지만 내려서면 모산재 주차장으로 합류된다. 영암사지로 가는 하산길은 기암괴석 암릉을 타고 내려가며 사방으로 탁 트여진 조망은 장관이다. 철쭉제단에서 영암사지 날머리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바람과 철쭉의 배웅을 받으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은 총 10km로 5시간이 소요됐다. 내 마음 한 자락엔 나도 모르게 물오른 신록과 진분홍 고운 꽃 한 송이가 가슴으로 스며든다.

철쭉꽃을 따라간 황매산은 별유천지(別有天地)였다.

[사진=이경구]
영암사지.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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