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정선 가리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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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정선 가리왕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5.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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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㉔ 계류와 원시성 품은 3대 이끼 명소 장전리 이끼계곡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백두대간의 지붕 가리왕산(加里旺山)으로 향한다.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있는 정선의 진산인 가리왕산은 산이 높고 웅장하며 장대한 육산으로 남한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다.

울창한 원시숲과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깊은 계곡과 특히 인삼의 원조가 되었다는 천종산삼이 자생하며 약초와 산나물의 보고(寶庫)로 유명한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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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장구목이골 골짜기의 운해. [사진=이경구]

육중한 가리왕산은 초여름 생명의 기운이 넘쳐 5월의 여왕에게 왕관을 바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는 듯하다. 산을 오르는 일에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마는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펼쳐지는 대자연에 감탄하며 산신령님이 나올 것 같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기운이 느껴진다.

가리왕산에는 푸른 이끼의 호흡이 가득한 장전리 이끼계곡이 있다. 영월 상동 이끼계곡,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과 함께 3대 이끼 명소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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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리 이끼계곡. [사진=이경구]

이른 새벽 이끼계곡에 들러 태고의 신비 초록 세상을 보고 산행할 생각에 장전계곡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들어가니 숲이 울창해 어둑어둑하다.

발심사 근처에 차를 두고 계곡으로 접어드니 원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끼 군락지엔 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계곡의 크고 작은 바위들에 두툼한 초록 이끼가 가득 뒤덮여 있다. 바위 틈새를 감아도는 계류와 원시성을 품고 녹색을 토해내는 푸른 이끼가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한다.

이끼가 다치지 않게 샌들로 갈아신고 물속을 걸으니 한겨울 얼음물에 들어간 것처럼 시리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초록이끼 그 무궁한 생명력의 끝이 어디인지 산정(山情)을 느끼며 사진 몇 장을 찍고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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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리 이끼계곡. [사진=이경구]

가리왕산 등산로는 남쪽 어은골로 올랐다가 정상에서 중봉을 거쳐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어은골 코스와 북쪽 숙암리 코스가 즐겨 찾는 산행길이며 장구목이골 들머리 코스는 가리왕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가장 빠른 산길이다.

장전리 이끼계곡을 뒤로하고 정선 국도변 장구목이골 들머리에 닿는다. 장구목이 입구→이끼계곡→장구목이 임도→정상 삼거리→정상(1561m)→장구목이 입구(원점회기)까지 산행거리 9.5km 산행시간 약 6시간 코스를 택하고 등산화 끈을 조이면서 정상산행의 첫걸음을 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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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번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산길로 들어선다. 너덜길을 지나며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맑고 청아하여 심산유곡의 정기가 살갗 깊숙이 젖어들어 상쾌하다.

장구목이골에서 장구목 계류를 건너는 지점에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40분쯤 꾸준히 발품을 팔면 장구목이골에서 가장 원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끼 군락지가 나온다.

계곡이 끝나면서 임도를 만나고 곧바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시작점에서 임도까지 2.6km 1시간20분 걸렸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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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생수와 간식으로 방전된 에너지를 보충한다. 정상까지는 1.6km. 이제부터 깔딱고개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지며 어찌나 가파른지 숨을 헐떡이며 땀범벅이 된다. 미끄러운 된비알 돌길이다.

해발 800m 고지를 넘어서면서 이윽고 주목이며 마가목, 분비나무 등 고지대 수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자작나무 주목군락이 펼쳐지고 잎과 가지를 모두 잃고 등걸만 외롭게 남은 고사목이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처연하다. 연분홍 산철쭉과 야생화와 눈을 맟추니 산행의 즐거움이 더한다. 가히 생태계의 보고인 가리왕산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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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군락지를 지나 주능선 정상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0분쯤 더 오르자 정상이다. 정상은 넓은 평지로 겹겹이 이어지는 산너울이 끝없이 이어지는 태백산맥의 장엄한 능선들과 마주한다.

초록빛 세상을 보여주는 고산준령. 무위자연의 경이로움에 정신이 홀리며 마치 내가 온 천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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