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모순에서 발견하는 반자본주의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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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모순에서 발견하는 반자본주의의 희망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1.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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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와 UBS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4년 슈퍼리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0.004%(21만명)는 전 세계 부의 8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30조 달러(약 3경2500조원)로 미국 국내 총생산(GDP)의 약 2배에 달한다.

1%와 99%로 대변되는 부의 쏠림과 양극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영악화를 앞세운 무더기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의 지속 등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고용불안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99%의 현실이다.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끊임없이 내몰리는 경쟁 시스템에서 매일 힘겨운 전투를 치러야 한다.

최근 30여년간 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계를 드러냈지만 진단과 처방만 난무할 뿐 악순환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본질을 우회하는 진보와 생존만을 강요하는 보수가 합의한 복지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해법인 양 떠들어대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자본주의 하에서의 삶을 힘겹게 만든 근본적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라는 구조의 핵심적인 동력인 자본을 직시하는 흐름을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이런 흐름들에 정확히 선을 긋는다.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본부터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간 『자본의 17가지 모순』(동녘)은 자본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해서는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비는 이 책을 통해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본의 작동이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특히 자본이 갖고 있는 모순 17가지를 추출하고, 이를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기본 모순’에서는 가치(사용가치, 교환가치), 화폐, 사유재산, 자본주의 국가, 노동, 분업, 독점과 경쟁 등 마르크스 ‘자본’의 주요 주제이자 자본이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지금의 사례들과 함께 설명한다.

‘움직이는 모순’은 일종의 하비식 사회비평 혹은 문화비평이다. 지리적 경관, 스펙터클, 정보, 기술, 비물질 노동, 대중문화, 소셜 미디어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자본 모순의 변증법적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논평하고 있다.

또한 ‘위험한 모순’에서는 복률 성장의 한계, 자본과 자연의 관계를 논의하며 자본이 지구라는 생태계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으로 나아간다.

하비가 자본의 모순이라는 프레임으로 자본의 흐름을 설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본의 모순이 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본은 하비가 책에서 강조하듯 그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위기를 만들지만, 이 위기는 자본에게 혁신의 계기이자 전환의 국면이 되어 왔다. 위기를 계기로 끝없이 변화하고 혁신시키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 위기는 자본에게 치명적인 위협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본이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자체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입장에 하비는 확실한 선을 긋는다.

 

다만 “위기가 자본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국면이라면, 이는 사회를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사회운동들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국면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자본의 모순을 이해하고, 이를 정확히 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반자본주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정치로 이어져 축적의 위기와 거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하는 결과를 몰고 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 반자본주의운동의 경우 자신이 정확히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째서 반자본주의운동이 이 시대에 타당성을 갖는지, 다가올 고난의 시대에 인류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어째서 이런 운동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분명한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4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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