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아리온, 382억원 횡령·배임 고소 사건 증발…공시 없이 셀프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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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 아리온, 382억원 횡령·배임 고소 사건 증발…공시 없이 셀프 취하
  • 박철성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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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서킷브레이커] 이정필·허필호 가족 유령직원으로 등재 급여지급…가장납입·분식회계 의혹
아리온 홈페이지 초기화면. [홈페이지 캡처]

최근 코스닥 상장기업 아리온(058220)에서 발생한 382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고소 사건이 증발했다.

이들 고소 건이 피고소인 아리온(대표 이정필) 측에 의해 은밀히 셀프 취하됐음이 확인됐다. 이는 공시사항으로 공시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가장납입과 분식회계 의혹까지 제기됐다. 가장납입은 실제 대금을 납입하지도 않고 납입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자본금은 증자로 인해 늘어났지만 실제 들어온 돈은 없다. 가장납입은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실정법상 처벌 대상이다.

분식회계는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회사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누락시키는 것 등이 해당된다.

횡령·배임에 외부 감사법인의 감사 중단 그리고 거래정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게 아리온의 현주소다.

아리온의 거래정지 이후 6개월 동안 개미투자자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탔다.

아리온 주요 횡령배임 사건목록.
아리온 주요 횡령배임 사건목록.

지난 3월19일 아리온은 감사 절차 중단설의 사실 여부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요청과 함께 거래정지됐다. 그후 아리온엔 여러 차례의 횡령·배임 고소공시가 가득했다.

아리온은 2016년 12월 이정필 대표·허필호 회장의 시마르마스조합이 최대주주로 나서면서 이·허 2인 체제로 감사 중단 시점까지 경영됐다. 올해 3월20일부터 최근까지의 횡령·배임 고소 공시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누수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해당 고소 사건들이 은밀하게 셀프 취하됐다.

아리온에 근무했던 익명의 제보자 A씨는 “이정필은 처에게, 허필호는 딸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모럴해저드의 극치였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부터 아리온의 실제 사주였던 이 대표와 허 회장은 본인 가족들을 유령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정필 대표의 처 전00에게 지급된 급여(위)·퇴직금(아래) 명세 목록. 매월 1660여만원의 급여와 5840여만원이 퇴직금으로 지급됐다.

또한 A씨는 “가족까지 동원한 이 대표와 허 회장의 횡령액은 138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대표와 허 회장의 횡령 의혹 내용 중에는 2017년 2월 유상증자 20억원을 가장납입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도 있다”면서 “이 대표와 허 회장은 당시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했다. 20억원이 납입되자 여기에 1억6000만원을 더한 총 21억6000만원을 유채널, 또다른숲, 오네또키즈랜드라고 하는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와 관련된 법인에 대여금으로 지급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2017년 2월 이 대표·허 회장이 주도했던 아리온에 대한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의 3자 배정 유상증자 20억원 전부가 가장납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17년 2월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의 유상증자 20억원이 가장납입으로 확인될 경우 이때 취득한 아리온 주식 200만주를 처분한 자금은 누가 가져갔는지가 관건이다.

필호 회장의 딸 허00에게 지급된 급여명세 목록.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가 취득한 아리온 주식 200만주는 2018년 2월 보호예수가 풀렸다. 2018년 3월19일 아리온의 주가는 종가기준 1730원. 이날 종가기준으로 200만주의 평가액은 34억6000만원 규모였다.

2019년 1월 아리온은 보유 비상장 주식을 다른 상장사 D사에 담보로 제공해 25억원을 차입했다. 아리온 소유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까지 한 자금으로 이 대표는 처 전00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또한 이 대표는 자신의 운전기사 박00 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 10억원을 대여했다. 결국 아리온의 보유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한 25억원 중 22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2019년 2월 허 회장·이 대표는 아리온의 자금 20억원을 제니스팜에 송금했다. A씨는 “이를 회계장부 조작으로 숨겨왔다”면서 “더욱이 제니스팜은 이 대표의 지인 정00 씨가 대표로 되어 있는 법인”이라고 밝혔다.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된 이정필 대표·허필호 회장 선급금 목록.

올해 4월부터 아리온(당시 대표 채명진)은 회사 장부를 분석했다. 이 대표와 허 회장의 횡령·배임을 여러 차례 고소하고 이 내용을 공시했다.

그런 후 지난 8월 기습적인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채명진 대표는 해임됐고 이정필 씨가 그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아리온측이 고소한 이정필·허필호의 횡령·배임 고소 사건을 취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의 셀프 취하였다.

결국 아리온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주 이·허 2인의 대규모 횡령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데 이정필 씨가 임시주총을 통해 다시 아리온의 경영권을 잡은 후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이다.

아리온 대표이사 변경 공시. 이정필 대표·허필호 회장의 횡령 배임을 고소했던 채명진 대표가 해임됐다. 그리고 이 대표는 횡령배임의 셀프취하를 발빠르게 진행됐다.

한편 아리온의 거래정지는 그만한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의 공시에 따르면 감사 절차 중단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청 직후였다.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현대회계법인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전인 지난 3월17일 아리온의 경영진에게 “이사의 부정행위 의심 사항 보고”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입수한 현대회계법인이 아리온에 발송한 공문에는 인감 날인 대장 관리기록의 부실, 선급금·대여금 관련 이상사항 발견, 미등기 또는 회사와 관련이 없는 자의 경영 참여 등을 감사 중단 이유로 꼽았다.

이중 선급금과 대여금에 관련한 내용이 주목할 만했다.

현대회계법인이 아리온에 발송한 공문에는 “통상의 선급금은 거래처의 상품구매를 위해 미리 선지급한 것. 따라서 상품구매 이후 수불부상의 재고자산 입고 및 매출 시 출고기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적격한 증빙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관련된 자금 거래의 타당성 신뢰성을 확인하기 어려운바 이사의 부정행위를 의심”이라고 꼬집었다. 즉 아리온의 선급금들이 허위 거래 또는 인정받지 못할 거래라는 의미였다.

이는 아리온의 매출에 대한 부분을 믿을 수 없고 선급금이나 대여금이 경영진의 횡령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으로 거래소의 3월19일자 “감사 중단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청”이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리온의 이 대표·허 회장이 지급한 선급금이나 대여금 상당액이 횡령으로 의심되고 아리온이 2019년 주장하려고 했던 매출과 이로 인한 영업이익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현대회계법인의 가사 중단 이유였다.

아리온에는 횡령이 보인다는 외부감사인의 지적이 있다. 그런데도 무작정 발자국만을 지우려는 이정필 대표 측 셀프 고소 취하로 소액주주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허 회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 대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지금 입장을 드려도 되는 건지 변호인과 이야기 나누고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허 회장에겐 여러 번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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