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온에 ‘사기적 부정거래’ 발자국…‘상장사 인수용도’ 인니 재벌그룹 상호 도용
상태바
아리온에 ‘사기적 부정거래’ 발자국…‘상장사 인수용도’ 인니 재벌그룹 상호 도용
  • 박철성 리서치센터국장·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22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철성의 서킷브레이커] CBS홀딩스 300억원 유상증자 무산 알고도 13회 정정공시…결국 철회
거래정지, 횡령·배임 고소, 횡령·배임 고소 셀프 취하, 가장납입·분식회계 의혹의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에 ‘사기적 부정거래’ 발자국이 포착됐다. [홈페이지 캡처]

아리온에 허위공시 등을 통한 ‘사기적 부정거래’ 발자국이 포착됐다. 사기적 부정거래는 거래를 공급과 수요에 의하지 않고 사기적 행위인 부정한 방법(거래)을 동원해 왜곡된 가격을 형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불법이다.

‘거래정지, 횡령·배임 고소, 횡령·배임 고소 셀프 취하, 가장납입·분식회계 의혹’은 코스닥 상장사 아리온 현주소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2016년 12월 이정필 대표·허필호 회장이 아리온을 인수하던 당시였다. 인도네시아 대기업 이름을 딴 시나르마스조합이 등장했다.

시나르마스(Sinar Mas)그룹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재벌그룹이다. 대한민국의 삼성·현대·SK와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아리온의 시나르마스 조합과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은 어떤 관계일까? 결론은 ‘아무런 관계없음’이었다. 시나르마스조합은 2016년 6월 이 대표·허 회장이 상장사 인수를 위해 설립한 조합이었다. 그저 명칭에 시나르마스가 들어갔을 뿐이다.

아리온 전 직원 M씨는 “당시 이 대표와 허 회장은 ‘시나르마스조합이 상장사를 인수하면 바로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 또는 인도네시아 대기업에서 우리 조합이 인수한 상장사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시나르마스 조합 어디에도 인도네시아의 시나르마스 그룹과 관련된 인물은 없다. 조합원 모두 이 대표·허 회장이 모집한 내국인들이었다.

시나르마스조합원 중 A씨는 시나르마스 조합에 3억원을 출자했다. A씨 역시 이 대표와 허 회장이 시나르마스 조합에서 상장사를 인수하면 그 상장사에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이 증자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투자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허 회장은 제시했던 인도네시아 투자를 비롯한 그 어떠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그 내용을 따졌다. 그때마다 이 대표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 대표는 “내일 된다. 내일”만을 반복했다고. 그래서 붙은 이 회장 별명이 ‘미스터 투모로우(tomorrow)’였다.

하지만 아리온에는 그 어떤 인도네시아 측 유상증자도 없었다. 심지어 이정필 대표와 허필호 회장은 시나르마스조합이 보유했던 아리온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도 조합원들에게 정산조차 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이 대표와 허 회장을 고소했다.

A씨는 “당초 이·허 둘이서 인수한다고 한 상장사는 엔터테인먼트사인 C사였다. C사를 시나르마스조합이 인수할 때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이 같이 조합원으로 들어오고 C사에 유상증자로도 들어온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런 비전을 보고 조합에 투자했는데 완전히 사기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허 회장은 조합원 모집 단계부터 인도네시아 대표 재벌기업을 소품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C사 인수에 실패한 이 대표와 허 회장은 제미니투자의 G부회장을 만나서 아리온 공동경영을 제안했다.

제미니투자 측 다수의 관계자에 의하면 “이정필 대표와 허필호 회장은 ‘우리와 아리온을 공동 경영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측 대기업에서 아리온에 300억원 이상 유상증자와 대규모 CB를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리고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물류사업을 아리온의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제미니투자 측 현재 경영진은 기존사업인 엔터테인먼트사업만 진행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을 했다”면서 “그렇게 인도네시아 측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대하고 제미니투자 측이 시나르마스 조합과의 공동경영에 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6일 제미니투자와 이정필·허필호는 공동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제미니밸류1호조합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아리온 주식 533만8836주 중 283만7837주를 이 대표와 허 회장의 시나르마스 조합에 매각했다. 당시 매도금은 한 주당 3700원이었다.

3700원은 제미니투자 측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제미니투자 입장에서는 인도네시아 대기업 유상증자가 들어오면 남은 절반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딜(deal)에 응했다고.

그해 12월6일 인도네시아 CBS홀딩스는 아리온을 대상으로 300억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모두 이 대표와 허 회장이 주변에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인도네시아 대기업의 유상증자가 유치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역시 물거품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CBS홀딩스는 실제로 아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할 의지가 있었을까? 아니면 이 대표·허 회장은 제미니투자로부터 아리온의 공동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짓 유상증자를 공시했을까?

2016년 12월7일 아리온은 임시주총소집을 공시했다. 그리고 12월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아리온의 이사진을 대거 추가 선임했다. 기존 제미니투자 측 한상민 외에 김희영, 강기훈, 허필호, 천정희, 박현서, 김영철, 임우택, 이정필 Mr. Johnes Berchmans Krisitiadi Pudjosukanto, Mr. Mustofa Widjaja, Mr.Raymond Pribadi를 신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제미니투자 측과 이정필 대표, 허필호 회장의 아리온 공동경영이 시작됐다.

제미니투자와 이 대표·허 회장의 공동경영계약에 따라 주식 양수도가 이뤄지고 인도네시아 CBS홀딩스가 아리온에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고 결의한 날은 12월6일이었다.

이처럼 호재성 뉴스가 터진 12월 한 달간의 아리온 주가 변동이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12월6일 인도네시아 CBS홀딩스 공시 전인 12월1일 종가 기준 4250원이었던 주가는 12월9일 장중 최고점인 6300원을 기록했다.

아리온 일별주가.
아리온 일별주가.

2016년 12월6일 아리온이 공시한 CBS홀딩스의 300억원 유상증자의 납입일은 2017년 1월31일이었다. 하지만 끝내 유상증자는 납입되지 않았다. 무려 13회에 걸쳐 정정 공시가 이어지다가 2019년 9월5일 CBS홀딩스의 300억원 유상증자는 철회됐다.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아리온은 2017년 1월18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벌점 11점. 따라서 2017년 1월18일부터는 한 번 더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 15점을 넘겨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리온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이정필 대표와 허필호 회장이 2017년 1월에는 인도네시아 CBS홀딩스의 유상증자 납입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1월31일로 예정된 아리온의 300억원 유상증자를 철회했음이 옳았다. 그런데 이 대표와 허 회장은 인도네시아 유상증자가 취소될 경우 제미니투자와의 공동경영계약이 사기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또 아리온이 벌점 15점을 맞을 경우 자신들이 취득한 아리온 주식에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철회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단히 심각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2016년 12월 주봉 그래프. CBS홀딩스가 아리온에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공시와 보도로 주가는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신원 제공]

2017년 1월 인도네시아 CBS홀딩스의 300억원 유상증자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미 주가로 나타나고 있었다. 당시 제미니투자는 제미니밸류1호조합의 주식 209만5593주(60억원 규모)가 C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됐다. 그런데 1월20일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했다. 공동 대주주였던 제미니밸류1호조합 주식 전량이 시장에서 쓸려나갔다. 이 대표·허 회장의 시나르마스조합은 단독으로 아리온 최대주주가 됐다.

2017년 2월 이후 제미니투자와 허 회장·이 대표는 모종의 협상을 했다고 전해졌다. 그런 후 제미니투자 측 이사들이 모두 사임했다.

이렇게 제미니투자와의 아리온 공동경영은 깨졌고 아리온은 이 대표·허 회장의 단독 경영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서 궁금증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먼저 2016년 12월6일 CBS홀딩스가 아리온에 300억원 유상증자한다는 공시에 대한 증빙자료가 충분했느냐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300억원 유상증자를 증빙할 서류는 CBS홀딩스 명의의 몇 줄 안 되는 레터 한 장뿐이었다. 그 외의 어떠한 증빙자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12월 6일 공시한 CBS홀딩스의 유상증자 공시 자체가 수상하다는 얘기다.

또 무려 13회에 걸친 CBS홀딩스의 유상증자 연기 공시다. 이에 대해 과연 금감원과 거래소는 인도네시아 CBS홀딩스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까다.

통상적으로 유증연기는 회사가 제출하는 자료로 연기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당시 아리온처럼 벌점이 11점이나 되었던 기업이 무려 13차례나 정정 공시를 요구하는 동안 거래소와 금감원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연기 허가를 내줬을까? 특히 이 대표와 허 회장이 유증연기를 위해 제출했던 CBS홀딩스 관련 자료들은 과연 정상적이었을까?

이와 관련 아리온 전 직원 H씨는 “거래소에 연기 공시 위해 제출한 이메일 등이 아예 날조된 내용이었다”면서 “애초에 취임 승낙할 때 사외이사 적격 확인서 사인도 이정필 대표가 했다. 크리스티아디의 경우 고문 승낙서를 사내이사 취임 승낙서로 둔갑시켰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와 허 회장의 이력에는 인도네시아 CBS홀딩스 또는 시나르마스 그룹과의 관계를 연관 지을 아무런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아리온의 경영진 중 어떤 누구도 인도네시아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아리온에 인도네시아 대기업의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유상증자 공시를 할 수 있었을까?

취재진은 아리온 관계자로부터 ‘해리 오(Harry Oh)’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해리 오는 2016년부터 이 대표·허 회장과 친분을 갖고 있었다. 바로 해리 오가 인도네시아 전문가 행세를 했다. 해리 오는 현재 사기죄로 복역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CBS홀딩스라는 것은 모두 해리 오와 이 대표·허 회장 셋만 알고 있던 모종의 작전 아니었을까?

한국거래소가 CBS홀딩스와 아리온 대주주 천정희와의 관계를 묻는 질의에 이정필 대표는 CBS홀딩스 명의의 컨퍼메이션 레터(Confirmation letter)에 CBS임원 레이먼드(Raymond) 대신 본인이 한국에서 서명, 거래소에 제출했다. 왼쪽 레터에는 서명이 없지만 오른쪽 흑백 복사본은 이 대표의 서명이 있다. 거래소에는 서명이 들어간 하단 흑백 복사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아리온 등기임원 중 인도네시아 3인도 이런 방식으로 등장시킨 게 아닐까 의혹이 제기된다. 단순히 그들의 신분증만 거래소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횡령·배임 고소 사건 조사 대상자인 이 대표·허 회장은 기습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이 대표·허 회장을 고소한 채명진 대표를 해임하게 하고 경영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 대표·허 회장이 피소당한 횡령·배임 고소 사건을 셀프취하했다. 이는 증거인멸과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해당 기관 관계자들은 꼬집었다.

이정필 대표와 허필호 회장에게 내용확인을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 대표로부터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짧은 회신을 받았을 분 더 이상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