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군락 억새꽃과 서해 조망 장관…홍성·보령 오서산
상태바
은빛군락 억새꽃과 서해 조망 장관…홍성·보령 오서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11.10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㊳ 금강 따라 태안반도 이어지는 금북정맥 산줄기 최고봉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산길의 찬공기에 정신이 맑아진다. 타오르던 단풍들도 빛을 잃은 낙엽이 되어 수북이 쌓여간다. 갈바람에 서걱대는 나뭇잎과 메마르고 성근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린다.

홍성과 보령 땅에 솟아오른 오서산(790.7m)에 오른다. 금강을 따라 태안반도로 이어지는 금북정맥 산줄기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다. 천수만 일대를 다니는 배들에게 뱃길을 잡아주는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서산 7부 능선에서부터 트이는 서해바다의 조망이 단연 압권이며, 특히 은빛군락을 이루는 억새꽃이 장관을 이뤄 억새 산행의 명소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과 보령군 청소면의 경계에 있다. 서해고속도로 광천IC로 빠져나와 억새산행 절정이 지난 오늘 정암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했다.

홍성군 보령군 청양군까지 걸쳐진 산이다 보니 산행코스가 다양하지만 그중 오서산을 남북으로 연결짓는 광천 정암사와 청소면 월정사를 많이 이용하는 들머리가 된다.

상담마을을 지나 산 중턱의 정암사에 주차를 했다. 대개는 상담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왕복 12km 정도를 산행하는데 약 3km 1시간 거리를 차량으로 오른 셈이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정암사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2.8km 오서산 북릉길이며 빠르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코스다. 길지 않는 거리지만 전망대까지 오르막 1600계단이 복병처럼 나타난다. 계속되는 가풀진 오름 데크계단이 끝나면서 능선에 닿으면 탁 트인 서해 풍경을 무제한 보상받는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정상부 억새 능선길이 시야에 잡히고 메마른 억새가 사그락사그락 잔잔하게 일렁인다.

오서산 전망대(오서정)에 도착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서해의 풍경이 일망무제로 들어와 가슴이 후련하고 환희심이 인다. 멀리 대천해수욕장 방향으로 올망졸망한 섬자락을 품고 있는 풍경이 아득하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진 몇 컷 찍고 정상으로 발길을 옮긴다. 전망대(오서정)에서 정상까지 2km 능선길은 완만하고 우거진 숲 대신 억새꽃이 하얀 머리채를 흔들며 바싹 마른 뼈대로 산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오서산 정상에 도착했다. 눈 아래 사방이 터져 있고 동쪽과 남쪽은 칠갑산과 성주산의 산줄기가 서쪽과 북쪽은 태안의 안면도가 길게 누워있으며 천수만 해안과 홍성의 기름진 옥토와 마을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서해 저물녘 일몰 감상이 아름다운 오서산이지만 다음을 기약해 본다. 정상석을 뒤로하고 억새 사잇길을 빠져 하산길에 오른다.

올랐던 계단길을 통해 정암사에 도착했다. 가람 주변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숲을 이뤄 운치가 깃들어 있는 작은 절이다.

왕복 4시간 산행을 마친다. 눈이 내리는 겨울 백배킹으로 오서산 석양을 계획해 본다. 억새꽃 같은 백발이 성성하게 찾아오기 전에 거닐어야지.

청솔가지 끝으로 서늘한 바람이 인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